감사의 실종 <마태 11, 20-24>

하느님의 은혜를 태산같이 받고 살면서 그 은혜를 기억하지 않는 기억상실자들은 오늘 복음을 정신 차려 들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과 업적을 보고, 듣고, 은혜를 받고도 모르쇠 짓을 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심판 날에 견디기 힘든 일을 당한다고 경고하십니다. 오늘 살아있는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의 은총 속에 살고 있으면서 그 은혜를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공기 없이 숨을 쉴 수 없으며, 태양의 에너지 없이 생명이 보존되지 못하며, 땅 없이 매일 먹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데도 감사의 삶을 살지 않고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있습니다.

이틀 밤을 지내면서 수도원이 얼마나 나에게 은혜로운 곳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옛말에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듯이 잠자리, 먹을 것, 해야 할 일들이 무질서를 따라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비바람이 불어오고, 짐을 들고 여기저기 찾아가는 나그네 신세가 가련합니다. 눈 뜨면 기도 시간에 맞춰 성당에 가면 되고 아침저녁 무엇을 먹을까 걱정 안 해도 되고 의식주 걱정 없는 행동의 자유를 누리는 곳이 우리 집 수도원이라고 느낍니다. 돌아가면 더 감사의 삶을 살아야지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함께 사는 이들을 힘들게 하고, 귀찮게 하고, 나에게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이 내 옆에 있어 주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 때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세상에 찾아오신 주님을 장애물로 여겨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게 했으나 그들은 주님으로 인하여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활성화할 때 한국 기업이 얼마나 큰 혜택을 주었는지 기억하지 않고 우리 경제를 파탄 내려고 합니다.

제가 북경 신학대학에 10여 년 전에 두 차례 중국 신부들 피정과 사목 교육을 위해 두 주간 갔을 때 먹는 것 부실하여 경비로 가져갔던 돈으로 돼지 두 마리 살 돈을 주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가고 오고 하는 경비 수도원에서 다 대고 강사료로 술 한 병 받아 돌아왔던 일 이 생각납니다. 한국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복을 받을 것입니다. 이런 일은 우리 일상생활에도 있습니다.

감사의 삶을 사는 것이 더 복 받고 더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