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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11-03 16:35

'하느님. 저도 205호 사모님과 동감입니다.'

글쓴이 : 은빛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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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년전.

나는 본당에서 교리를 받고 있었다.

낮교리반 이었던 우리팀은 20대 후반에서 60대초반의

다양한 연령대의 자매들이었다.

교리를 가르치던 K 수녀님은 가르치기보다는 우리들의 얘기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하셨다.

교리보다는 사는 얘기를 더 많이 하게끔 이끄셨다.

'지금은 말씀 드려도 잘 알아듣지 못하실거예요.

시험에 나올만 한것만 가르쳐드릴테니 그냥 사는 얘기나 합시다'

수녀님 덕분에

교리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들은 곧 서로에게 친숙해졌다.

집안 사정이나 자신의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서로의안부를 묻기까지 하였다.

60대초반의 두분의 왕언니가 계셨다.

이분들은 나와 한 아파트에 사는 분이었는데 거의 하루 일상을 두분이 함께 하시는 분들이었다.

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때는 딸같은 나를 "동생' 하면서 번갈아 자신들의 집에 데리고 가서

이것 저것 반찬도 챙겨주시고 맛난 것도 먹게 해주셨다.

교리를 시작한지 한달이 좀 지났을까.

늘 기도문에 적혀있는 기도로 시작을 하고 마무리 했던 다른날과 달리

수녀님께서 오늘은 개인기도로 마무리 하자고 하셨다.

우리의 열려있는 마음으로 보아 충분히 그런 기도를 할 수 있겠다고 하시는거였다.

모두 조금은 어리둥절하고 긴장된 표정이었다.

서로 눈치만 살피며 누구하나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때

어릴때 개신교를 다녔다는 자매 하나가 나서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다들 그자매의 기도를 듣고 방법을 터득했는지 하나.둘..따라하기 시작했다.

더듬거리고 쉼표가 군데군데 들어가지만 진지하고 소박한 마음들이 느껴졌다.

나는 긴장이되었다.

무슨말을 해야할까...

점점 내순서는 다가오고있는데 머릿속에는 한 문장도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제 두분의 왕언니를 거치면 내 차례가 되는 것이다.

A 왕언니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미리 연습이라도 한것처럼 왕언니의 기도는 유창했다.

차분하게 내용도 너무나 알차게 막힘없이 길게 하는거였다.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모두 아무말도 없었다.

거룩하고 엄숙한 기도시간에 감히 누가 사족을 달겠는가.

이제 교양이 넘치고 옆구리에 늘 책을 끼고 다니며 매우 여성스런 동작과 말투로

'유리공주님' 이라 불렸던 왕언니의 차례가 되었다.

A 언니의 수준이 저정도면 유리공주님은 과연.. .

아마도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이 되어 유리공주님의 기도를 기대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

작고 가는, 낭창거리는 서울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 하느님. 저도 205호 사모님과 동감입니다 아멘'

유리공주님의 기도였다.

웃음이 나도 모르게 '프하' 하고 나왔다.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웃음을 삼키느라 ' 읍. 억. 흡...'이상한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눈을 떠 보니

다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웃음을 참느라 어깨는 들썩이고 손은 입을 틀어 막고 있었다.

어떤사람은 가방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눈을 뜨지는 않았다.

수녀님의 반응이 굼금했다.

수녀님은 아예 책상에 얼굴을 묻고 "꺼어억...'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하하하...'

내웃음소리는 구세주였다.

모두들 책상을 치고 몸을 흔들고 서로를 치며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리공주님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들이 왜 웃는지 의아한 표정이었다.

'205호 사모님 제가 뭘 잘못 말했나요?"



광야 07-11-03 23:06 예~ 저도 그 사모님과 동감입니다. ㅋㅋㅋㅋㅋ ㅍㅍㅍㅎㅎㅎㅎㅎ 예~ 저도 그 사모님과 동감입니다. ㅋㅋㅋㅋㅋ ㅍㅍㅍㅎㅎㅎㅎㅎ



관리자 07-12-13 15:39 이름과 본명, 주소가 없어서 선물을 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름과 본명, 주소가 없어서 선물을 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있습니다.



은빛상인 07-12-24 10:37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왜관수도원이 많은 이들의 영혼의 쉼터가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성탄 축하드립니다.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왜관수도원이 많은 이들의 영혼의 쉼터가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성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