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사막에서 밤새 쏟아지는 별을 보며 모닥불 피워놓고 라면 끓여먹던 일.

3월 25일, 04:30분 기상하여 누룽지를 먹고 06:00에 호텔을 출발하였다. 카이로에서 서쪽 기자 피라미드를 지나 사하라 사막엘 간다. 사막 한가운데 검은 줄을 한가닥그어놓고 아스팔트길이라 하였다. 그 옆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철길이 나란히 동무가 되어준다. 누런색의 황량한 벌판만이 머릿속을 채워줬다.

같이 가는 일행은 5명, 현대 봉고차를 타고 130km를 달린다. 현지 여행사의 기사는 콥틱교회 신도였다. 그들은 초대교회의 신앙을 고집하는 자들이고, 그들의 초대 교황님은 마르코 복음사가이다. 자기네들이 정통 그리스도교인임을 자랑하는(?) 그들은 오른손목에 십자가의 문신을 새긴다.

사막 가운데 길을 2시간 달리니 조그만 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모든 차량들은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고 기름도 보충하고 저들이 좋아하는 홍차를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고 볼 일 다 보고나면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화장실에만 가면 그곳의 아랍인은 손을 벌리며 돈을 달라고 한다. 

2시간을 더 달려가니 바헤리스 오아시스가 나온다. 이곳은 베두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베두인들은 어떤 종족인가? 오마샤리프가 출연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기억하시면 된다. 사막에서 갑자기 낙타나 말을 타고 나타나는 무장한 집단의 무리를 볼 수 있다. 그들이 베두인들이다.

그들은 사막에서 동서남북방향을 구분하고, 사막에 낙타의 무리가 지나가면 낙타의 발자국 깊이를 보고서 몇 마리, 몇 사람, 봇짐의 크기와 낙타의 배설물을 보고서 지나간 시간을 알 수 있는 사막의 주인이며, 해적들이다. 밤에는 별을 보고 이동하며, 그들의 사막에서의 용병술은 대단하다고 한다.

바헤리스 오아시스의 베두인들에게는 세월이 많이 흘러 그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축을 하면서 생활을 했으나 문명의 물결이 황폐한 사막을 오염시키고, 그곳에서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맥주를 먹을 수 있으니 그들의 생업이 변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제 그들은 낙타대신 토요타 4륜구동을 소유하고서 사막을 그들 재산으로 활용하면서 밤하늘의 별들을 팔아먹는다. 이렇게 해서 사막투어가 상품이 되었고 전 세계에 홍보하면서 떠오르기 시작한 베두인의 별이 되었다. 그들은 온화하나 잘못되어 폭발하면 큰일 나며 의리를 최고로 치는 종족이다.

토요타 지붕위에 매트리스와 바람을 막아주는 바람막이용 커튼, 카펫, 장작과 석유, 식수와 그들이 먹을 빵을 준비하고, 우리는 두툼한 옷을 넣은 배낭과 소지품, 라면과 소주를 토요타에 옮겨 실었다. 바헤리스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로 치킨을 먹는데 어디서 고양이가 나타나 앞발로 나를 건드린다.

흑사막 까지는 1시간 반 걸렸다. 흑사막은 저들의 철광석 보고란다. 골고루 높낮이가 어우러진 노란색깔의 산위에 검은팥 떡고물을 좌악 뿌려놓은 양 보석이 박혀있다. 쟁기를 가지고 올라가 훑어 내려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방에 펼쳐진 흑사막의 보석들이 따가운 햇살에 졸고 있다.

황량한 곳을 한참을 또 달려가니 반가운 손님이 목을 길게 빼며 거만하게 쳐다보고 있다. 야생낙타가족이다. 부부가 경계를 서는 그 사이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새끼를 보니 귀엽다. 달려가서 와락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주인 없는 짐승을 보니 내가 사막 가운데로 옮겨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거친 광야에 따뜻한 온정을 보여주는 Hot Spring......

지나는 길에 따뜻한 유황이 넘쳐흐르는 이곳에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피곤에 시달린 발을 달래주었다. 으이구! 시원해라. 뜨거운 김이 내 살을 뚫고 혈관을 타고 올라온다. 가늠해보니 섭씨47도는 되는 것 같다. 3초정도 견디다 발을 빼고 또 담군다. 

검은 일직선도로를 벗어나 모래사막 위를 질주한다. 사구(砂丘)를 타고 넘어 스키 타듯 내려오고 올라가고 불안전한 형태의 기암들 사이로 마구 헤집고 달린다. 베두인 기사는 그들만의 특유한 박자와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마냥 즐거워하며 우리들 기분을 맞춰준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들 사이에서 캠프를 쳤다.

저녁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사막제비가 나타났다. 그들은 내 주위를 낮게 날아다닌다. 바다위에 갈매기가 있듯이 사막바다위엔 사막제비가 있었다. 3마리가 내 주위를 유영하듯이 날렵하게 날아다닌다. 알고 보니 그들도 우리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온 것이다. 파리와 같이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또 한 마리의 노란 새가 날아왔다. 아예 이 녀석은 우리를 무시하고 제 할 일만 한다. 파리를 열심히 잡아먹다가 결국에는 루시아의 손에 올라앉았다. 야생조(野生鳥)가 길들여진 애완용 새로 착각되어질 정도다. 주변의 기암괴석을 살펴보며 산책을 즐긴다. 손톱만한 조약돌 같은 것이 좌악 깔려 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나 혼자 이곳에 버려져 있다면 어떠한 상황변화가 올까? 바람소리 외에는, 그리고 하늘에 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중에는 저 기암괴석들도 나에게 덤벼드는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다. 나는 온전히 처절하게 모든 것이 벗겨진 채 그 모습 속에서 하느님을 찾을 것이다.

산책을 하면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 석회암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개화석들! 손으로 만져보니 먼지로 돌아가기 전이다. 가루가 하얗게 내 손에 배어든다. 까마득한 먼 옛날 이곳이 해저(海底)였음이 증거로 남아있는 것이다. 사막에 왔다는 표시로 손톱만한 까만 조약돌로 내 이름을 남겼다.

멀리 사구(砂丘)의 선에 걸려있는 석양을 바라보며, 석회암들이 못내 아쉬워서 쫓아가지 못하는 석별(惜別)의 정을 나누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그대여 내일 다시 나에게 올 때 마중을 나가리. 한밤중 시렸던 나의 온 몸을 그대의 따사로운 햇살에 맡겨 나의 몸을 덥혀주기를!

날이 금새 어두워진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등 뒤의 바위를 타고 사막여우가 나타났다. 우리들은 전혀 몰랐는데 베두인 기사가 이야길 해줘서 알게 됐다. 먹을 것을 던져주니 바위를 타고 내려와서는 먹이 앞에서 1.5m정도의 간격을 유지한다. 원래가 의심 많은 짐승이고 보니 조심성도 대단하다.

북두칠성이 나타나고 카시오페아가 보이더니......더 이상의 별 이름을 모르겠다. 초등학교 시절에 하늘의 많은 별자리들을 외웠는데......크면서 세월이 바쁘게 돌고, 별 볼일 없어지더니 이름마저 다 까먹었다. 어찌됐던 내 안으로 들어온 별은 2억 개였다. 별 볼일 없는 나지만 나는 2억 개의 스타가 됐다.

한기가 내 몸에 스며든다. 옷을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으스스 춥다. 손끝이 시리다. 베두인들은 어떻게 하고서 잘까? 살펴보니 바람한 점 들어갈 수 없도록 온 몸을 담요로 꽁꽁 쌓았는데 그 모습이 미라처럼 보인다. 그들만의 사막에서 견디는 방법이리라. 방울뱀과 전갈도 피해갈 정도다.

도저히 못 견뎌 모닥불을 피웠다. 추워서 그런지 별들도 차갑게 느껴진다. 다른 일행들은 모포를 뒤집어쓰고 움직이지 않고 누워서 눈꺼풀만 뜨고 감으면 자동으로 별이 보이도록 하고 마스크까지 했다. 유성이 쏟아진다. 어디에 떨어졌을까? 소주잔에 하늘을 담아서 마신다. 

뜬 눈으로 날밤 새우고 해돋이를 보니 그저 반갑다. 여러 형태의 모든 석회암들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절을 한다. 모닥불에 물을 끓이고 컵라면을 준비하여 먹으니 그 맛은 천하일품......아침에는 파리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막제비들과 이름 모를 새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베두인들에게 “사바 하키르: 좋은 아침입니다.” 하니 그들 “샬람 알라이쿰 한다. 모래폭풍이 없어서 좋은 사막투어였지만 추위만큼은 지금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글이 다음에 사막투어 하시는 분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됐으면 한다. 꼭 만반의 준비 특히 라면과 소주, 커피를 여유있게 가져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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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25일에서 3월26일 사이의 사막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