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와 현실 <루카 16, 19-31>

오늘 복음 말씀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부자 아니면 부자로서 나눔이 없는 사람, 여기는 바리사이적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비유 말씀입니다. 바리사이는 천한 사람, 곤경 중에 있는 사람, 힘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거들떠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바로 나에게 해당하는 비유 말씀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시골길에 한없이 걸어가는 사람을 보아도 "너는 걸어가라. 나는 편하게 차를 몰고 간다." 하고 쌩 지나쳐 간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하느님 앞에 가면 나는 한없이 먼 길을 걸어야 하고 그 노인은 고급 세단을 타고 내 앞을 지나면서 "너는 세상에서 좋은 차를 타고 쌩쌩 달렸지만 나는 여기서 쌩쌩 달려 앞으로 편하게 간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이 아닐 것입니다. 이 말씀은 이승과 저승의 비교를 통해 현실적 문제를 풀어주시는 말씀입니다. 수도 규칙서 4장에 14항부터 19항 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선한 일이란?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라. 헐벗은 사람에게 입혀주라. 병자를 방문하라. 죽은 이를 장사지내라. 시련 중인 사람을 도와주라.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라.” 그 외도 고통 중에 있는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사랑을 해야 바리사이를 뛰어넘어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갑니다.

이 비유는 죽음 다음의 현실 문제가 아니라 살아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경고, 지시하시는 말씀입니다.

오래전 농촌 운동을 한다고 차도 없이 전라도, 충청도 시골 지방을 순회하고 강연을 하러 다닐 때 기차 안에서 웬 잘 차려입은 높은 신부님과 초라한 시골 사제가 기차 식당에 밥을 먹게 되었는데 밥을 먹고 나니 우리 것까지 계산하시고 나가신 분은 그 당시 잘 나가는 매일 신문사 사장 신부였습니다.

제 모습이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1960년대 옷이나 모든 물자가 없을 때였습니다. 초라한 바바리코트 입고 있었으니 불쌍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저도 그때부터 가난하게 보이는 사람의 밥값을 지급하는 것을 습관적으로 합니다. 어느 날 대구에서 일반 버스를 타고 주차장을 떠나 한참 왔는데 안내원과 손님이 "내려라. 못 내린다." 하고 무임승차한 부인과 싸우는 것을 보고 안내원에게 내가 대신 돈을 주겠으니 목적지까지 타고 가게 해달라고 하여 싸움을 말린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배불리 먹고 음식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버리는데 이북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영양실조에 걸려 죽어가는데 도움을 주지 않으면 저승에 가서 남쪽 사람은 쫄쫄 굶고 이북 사람은 풍족한 음식을 먹을 것이라는 생각보다 지금 그냥 도와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바로 오늘의 현실을 놓고 실천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고 내가 누리고 있는데 궁핍한 사람이 있는가를 살펴 실천에 옮기는 은총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