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의 신비 <루카 9, 23-26>

순교자의 정신을 바로 말하려면 파스카의 신비를 마음에 새기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날 상담자가 시작부터 “나는 하느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원망스럽습니다. 고통의 형장에 분명히 계셨으면서 나의 이 큰 고통을 버려두셨을까요?” 며칠 전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하시는 부인이 괴한의 칼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가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 주님을 믿을 수 없다고들 합니다. 비참하게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의 죽음 앞에도 피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는데 주님의 손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보고서야 믿음을 가지고 모든 고통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죽음에 대하여 우리의 구원을 위한 당연한 것으로 알고 축일을 지내고 경축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죽음으로 부활의 영광을 보듯이 우리의 죽음이나 모든 고통 안에 부활의 영광이 깃들여 있습니다. 순교자의 죽음은 하느님 나라의 보물이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한 제목입니다.

집을 지을 때 나무를 베어 다듬고 깎아내어 기둥을 세우고 아름다운 집을 짓듯이 순교자의 피 흘림으로 더러운 것이 깨끗해지고 만인의 죄가 사해집니다.

제 운명에 대해 불행하게 느껴진 것을 놓고 주님을 원망하지 않고 더 좋은 일을 위하여 준비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순교의 유형을 보면 권력자가 자기 힘을 과시하려는 것, 관습에 의한 것, 종교적 신념, 사상적 차별, 하나의 충돌로 인해 이루어집니다.

오늘날 현대적 순교자를 만드는 요인을 여러 면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경제적 순교자, 정치적 순교자, 사회적 순교자, 도덕적 순교자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순교자는 자기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사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고 누리고 싶은 것을 누리지 않고 내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정치적 순교자는 나라가 잘못 가고 있을 때 지도자에게 목숨을 내놓고 항의를 하는 사람, 정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사람입니다.

사회적 순교자는 서로 원수가 되어 비사회적 불일치를 일치를 위해 자신을 일치의 도구로 사용하고 원수를 용서하려고 몸을 바치는 사람입니다.

도덕적 순교자는 비도덕적 삶을 개선하려고 도덕적으로 살기 위해 절제와 금육, 금식, 자신을 낮추는 삶을 살기 위해 온유하고 겸손한 삶을 선택하여 사는 사람입니다.

파스카의 신비를 모르는 사람은 죽음 뒤에 참삶이 있음을 알지 못하니 순교 정신으로 살지 못합니다. 한국의 모든 순교자여 오늘날 부족한 믿음으로 세속과 유혹에서 우리를 위해 구원받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