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이 주시는 은혜 <루카 4, 14-22>

하느님을 오관으로 볼 수 없고 다만 마음으로 의식할 수 있듯이 성령도 직접 눈으로 체험할 수 없지만, 그분의 활동을 보고 분명히 성령의 은총을 감지하고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직접 바람을 볼 수 없어도 바람으로 인하여 움직이는 현상을 보면 바람이 있고 바람의 현존을 인정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성령의 힘을 지니고 갈릴레아로 돌아가시니” 그 소문과 주님의 행동으로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았다고 합니다.

20세기 들어서 개신교 전유물로 여겨지던 성령의 열기는 가톨릭 안에서 성령 운동이란 이름으로 열렬한 신심 운동으로 전개되고 성령 운동의 결실을 교회 안에서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적이나 이상한 현상에만 매료되어 성령은 기적을 만들어주는 도구로 생각하고, 하느님의 본질을 망각하고 성령을 받은 사람은 치유 은사와 병을 고치는 신기한 사람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성령은 세례성사 때 이미 받았고 견진성사로 굳게 하고 성사적 사명에 충실하면 건전한 믿음의 삶을 살게 됩니다.

성령은 성령의 움직임 따라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도록 이끄십니다. 모두가 같은 성령을 받고 성령은 각자 안에서 활동하십니다.

마리아는 성령으로 인하여 주님을 잉태하시고 조용히 침묵 속에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시며 평생을 조용히 생활하셨습니다. 그러나 성령을 충만히 받은 분답게 성령의 은사를 누리고 성령을 받는 분으로 사시며 인류의 어머니 되시고 오늘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 분이십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나무가 흔들리고 바람이 혼탁한 공기를 몰아내듯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세상을 깨끗하게 하고, 더욱 가난한 삶이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임을 전하고 사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굳은 믿음을 가진 사람, 모든 것을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사는 사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모든 이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알고,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으로 성령을 충만히 받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