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으로 사는 사람 <마태 4, 12-25>

오늘 요한1서에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고 믿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하십니다. 영으로 오신 분이 육의 인간을 영으로 인도하시는 방법은 인간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 가운데 서 계십니다. 이사야서 61장 1-11에 하느님의 영을 받는 사람은 “억눌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찢긴 마음을 싸매주고, 포로들에게 해방을 알리며, 옥에 갇힌 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라고 하십니다. 복음도 하느님의 영으로 오신 분이 이사야 예언자와 같이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증언합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영으로 살도록 부르심을 받고 만나고, 익히고, 실천하며 선포의 의무를 의식하는 하느님의 영으로 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을 충만히 받으신 주님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거룩한 공동체의 첫째가는 의무입니다. 교회는 부자들이나 교만한 자나 명성이 높은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가장 약한 사람들, 병들고, 감옥에 갇히고, 헐벗은 사람들의 공동체이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안식처이고 그들을 보호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성모병원 노조위원장이 답동 성당에 천막을 치고 병원 비리를 항의, 단식하고 있는 천막을 하느님의 영으로 산다는 신자들이 철거했다는 슬픈 소식을 듣고 그것은 주님이 바라는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열고 우리를 받아들이고 얼싸안으려고 세상에 오셨는데 새해 벽두부터 이런 소리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교회건물이나 교회의 책임자는 우상 숭배의 자리가 아니고 대상도 아닙니다. 바티칸 공의회 사목 헌장 첫 말에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인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우상 숭배자, 돈과 명예의 우상 숭배자 안에 살고 있습니다. 교회를 창설한 주님은 이런 뜻으로 교회 안에서 숭배를 받으려고 하시지 않고 가난한 이에게 복음을 전하시려 하십니다.

교회 자체가 하느님의 나라는 아니지만, 하느님의 영으로 사는 사람 안에는 하느님의 나라가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 나라가 임하시려면 진정한 회개의 삶이 있어야 합니다. 회개하지 않는 용서나 화해는 거짓 평화이며 또 다른 악으로 선한 사람을 더 깊은 고통으로 떨어지게 합니다.

저는 오늘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영으로 살아 고통 중에 있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