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 <요한 1, 19-28>

앞장서서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없으면 험한 길을 찾을 수 없고 남보다 앞서 고난의 길을 가려는 사람이 없으면 사람이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합니다. 선구자, 선각자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을 찾아가려는 사람은 선구자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따라 길을 찾아가고 선구자들의 희생 결과로 많은 이들이 주님을 만나 주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며 스스로 길을 찾아가게 됩니다.

난세일수록 선구자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매일 매일 큰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갑니다. 36년 일본의 식민지로 살면서 우리 민족이 당한 수모와 고통, 죽음과 억압으로 자유를 잃고 헤매던 시절 나라를 바로 찾고 우리의 길을 가고자 해도 발목 잡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일들을 합당한 보상과 사죄가 따르지 않으면 원한이 풀리지 않고 이 나라의 국민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있게 됩니다. 나는 아침 묵상을 하면서 선구자의 노래 가사가 떠오르며 오늘의 현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위안부 문제 제대로 해결 못 하는 국민적 약자, 한 번의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몇 푼의 돈으로 보상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베 총리의 뻔뻔한 말 이번 한 번으로 사과는 끝나고 후손에게 다시는 사과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정한 사과가 아닙니다. 잘못한 사람은 잘못을 깨닫게 되면 "죽을죄를 지었으니 죽여주세요. 이 빚을 자자손손 사죄하고 용서를 빕니다." 이렇게 해야 하고 보상은 원하시는 대로 한다고 해야 진정한 사과이며 책임지는 올바른 자세입니다.

얼마 전 어느 공연장에서 주최 측의 잘못으로 공연이 취소되었을 때 일천 명의 관람객이 보상을 받고 끝까지 마지막 사람이 떠날 때까지 사죄하면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감동을 줍니다. 우리 민족이 36년간 당한 고통은 잊을 수 없는 치욕이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선구자들이 나를 찾기 위하여 찾아 후손에게 준 것을 감사하며 지금도 이 나리의 정의와 인권을 위하여 힘쓰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 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소리 들릴 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이역 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는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주사 저녁 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깊이 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