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 <마태18, 21-19, 1>

오늘 복음에 무한히 용서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실천하려면 나는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자기 존재를 의식하면 완전한 용서는 불가능합니다.

나는 권력을 가져야 하고 재산도 가져야 하고 명예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해를 입히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없는 사람이란? 있으면서 없는 사람이며, 이기심을 극복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 위에 올라가려고 하지 않고, 가진 것에 대한 애착도 없으며, 다른 이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관심 없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 무소 무위의 존재입니다. 있기는 하나 가진 것이 없고 살아 움직이지만 자기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 아니면 자연의 형상 안에 살아 움직이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나는 보고 듣고 말하면서 존재하지만 보고 듣는 것 말을 하는 것이 허상일 수 있습니다.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시편 89장 4절에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비슷하오니.” 우리의 모든 행위는 “아침에 피었다가 푸르렀다가 저녁이면 시들어 말라 버리나이다.”

노자도 무위자연을 말하지 않고 자연 무위를 말합니다. 인간은 자연물 일부라고 합니다. 내가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나를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 이루어지소서." 하는 우리의 주기도는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어서 나의 행위는 없는 것입니다.

누가 어떤 권력의 자리에 있던지, 무엇을 가지고 있던지, 어떤 명예를 누리고 있던지 자기 것이 아니니 그것으로 다른 이의 행위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원수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을 만큼 나는 없는 사람으로 살면 몇천 번 몇만 번이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 작은 분 시간 안에 살아있는 것, 그 많은 장소 안에 여기 존재한다는 것, 병들고 시들어 가는 나이라도 지금 현존하는 것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며 행복입니다.

제가 행복하다고 하니 "어떤 힘을 가지고 있어서인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인가?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어서인가?" 말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을 갖추어 주시는 분이 있어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없는 사람이란? 내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나는 아무런 존재도 아니고 나는 나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느님이 주신 것으로 살 수 있을 사람입니다.

주님에게 만 탈렌트를 빚진 제가 백 데나리온 빚진 사람에게 무자비하게 대할 수는 없습니다. 나도 주님께서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심 것같이 나도 저에게 작은 해를 주는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