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심 <요한12, 24-26>

십자가의 죽음 없이는 부활의 영광을 기대하지 못합니다. 희생하는 부분이 없으면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예술적 조각품을 만들려면 돌이나 나무나 깎아내고 돌려내고 버리는 부분이 있어야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내듯이 희생심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은 정의롭고, 평화와 기쁨의 삶이 있습니다. 주님은 고난과 죽음 뒤에 다시 살아날 것을 예고하시고 결국 죽음과 영원한 삶의 의미를 증명해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은 숨어 있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성장하고 목표를 향하여 나갑니다. 배 밑에 석탄을 때고 증기를 만들지 않으면 선장이 아무리 키를 잡고 있어도 배는 움직이지 않으며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현대적 기계도 땀 흘리며 노동 현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고 편리하게 살 수 없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 밭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이 있어 식탁 위에 음식이 놓여 있게 됩니다.

골방에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는 사람 없으면 하느님의 은총이 햇빛이 내려오듯 이 땅에 내려오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기도와 희생심을 가지고 죄인의 회개와 세상의 정의를 위하여 기도하는 덕분에 세상이 유지됩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시 아브라함과 하느님이 대화하는 가운데 열 사람의 의인만 있으면 소돔과 고모라를 구할 수 있었지만, 의인인 롯의 가족만 구하셨습니다. 오늘 죄악과 불의 부정이 판을 쳐도 어딘가 의인들의 희생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어떤 상담자가 어려서부터 받은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자는 생각이 들어도 마음으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말을 전하면서 이런 말로 해답을 주었습니다.

지난날의 희생은 오늘 당신을 당당하게 살게 하였으니 감사와 찬미를 드리십시오.

사람은 현재 행복해야 하는데 그 일로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하면 사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복수심으로 사는 사람은 또 다른 장애가 나를 더 큰 구렁텅이로 몰고 갑니다.

우리 교회는 로마에서 300년의 박해로 수많은 순교자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로마 제국에 손해배상을 청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고 순교자의 무덤 위에 찬란한 교회의 역사를 시작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도 100년 동안 나라의 국법으로 다스려 순교하였는데 나라에 배상 청구나 사죄하라고 요구하지 않고 순교자의 무덤 위에 성지를 만들어 교회의 초석으로 삼고 굳은 신앙의 삶을 살아갑니다. 희생의 결실은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용서하고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오늘 저의 작은 희생으로 세상이 바로 되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주님과 함께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