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요한 20, 24-29>

수도원에서 일 년에 두 차례 소풍을 가는데 갈 곳을 공동체가 선정해서 몇 사람이 답사를 가야 즐거운 소풍의 날이 됩니다. 소문만 듣고 가면 어느 시간에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날 소풍은 재미없게 끝나게 됩니다. 어떤 일을 하려면 미리 점검하고 알아보아야 바르게 이끌어 나갑니다. 오늘 토마스 사도는 소문만 믿지 않고 자기가 직접 주님을 보고 손과 옆구리를 만져야 믿겠다고 한 것은 우리에게 주는 좋은 교훈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소문에 의지하여 판단하려고 합니다. 무조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소문만 듣고 싫어하거나 구체적 증거도 없이 생각으로만 판단하는 사람에게는 가야 할 곳을 답사하고 그곳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공동체를 편하게 하듯이 토마스 사도의 행동이 신앙의 근본을 분명하게 하는 기회가 됩니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는 사람처럼 듣고 보고 증명된 것을 믿는 사람들이 진짜 신앙입니다.

우리는 가르치는 대로 믿고 소문나는 것을 참으로 알고 살고 있지만 순수하게 역사를 보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나 전하는 사람은 자기 편의에 따라, 자기 성향대로 기록하여 전해져 듣고 보지 못한 사람들은 왜곡된 소리를 듣고 그것이 진실인 양 믿게 됩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 분명한데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일본 땅이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번 울릉도에 가서 독도 박물관을 돌아보다 역사적, 지리적, 사회적 증거를 보면서 분명히 독도는 우리 땅인데 정치적 이유와 힘의 논리로 일본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실과 역사가 바로 전해지도록 기도합니다. 교회사를 공부할 때 저는 호교론 입장에서 전해 들어 교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요사이 교황님들이 역사반성과 사과를 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교회 역사를 알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속주의, 인간 중심주의, 잘못된 출세주의 속에 교회의 흐름을 보면서 오늘의 인간관계도 잘못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진 믿음도 형식적 무조건적이어서는 참 신앙을 갖지 못하고 거짓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진리는 단순하면서 개방적이어야 하고 모든 이가 공유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체험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쉽게 변하고 항구하지 못합니다. 하느님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사람이 하느님을 전하는 것은 하느님의 참모습을 가립니다.

복음서를 볼 때 감명을 받고 따르게 하는 것은 사도들이 본 것을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토마스 사도와 같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주님에게 자기 신앙을 고백한 것같이 알고 깨달은 체험된 믿음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