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2008년 제26차 수도생활 체험학교를 마친 후, 참석자들에게 수체 후기를 공모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명이 베네딕도의 벗들 카페에 글을 남겨 주셨어요.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글과 재미있는 글을 선정했습니다.

여기에 그 글들을 나눕니다.

가장 재미있는 글

글 : 이 영호 안토니오 벗님

+ 주님 안에 모두 다 같이. Peace!

 안녕하세요? 3조 이영호 안토니오입니다.

  여행 도중이라 인터넷 쓸 상황이 되지 않아 오늘에서야, 아~주 간만에 까페에 접속합니다.

  이번 수도생활체험학교도, 제주도로 떠난 휴가도 사실은 전혀 계획되지 않았던 일정이었어요.

  휴가기간을 미리 질러놓고(전 15~24일까지 휴가지 말입니다. 껄껄껄 

어디로 떠날까..를 생각하다 우연히 본 왜관 수도원에 대한 기사.

  일말의 고민도 없이 신청을 하게 되었고, 저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 4조의 김 베드로도

  2박 3일간의 일정을 함께 하자는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줬습니다. 종현아. 고맙다.

전날 안양 중앙성당에서 함께 특전을 보고

  새벽 1시까지 서로 짐을 싸고(양자 간의 네이트온이 그 시간까지 안 꺼졌으니까요.)

  저같은 경우는 수체 이후 제주도로의 3박 4일 일정이 더 잡혀 있어 줄이고 줄여도 짐이 꽤나 묵직하더라구요.

 안양에서 왜관행 열차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 왜관역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스타렉스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저희를 수도원까지 인도해주신 수사님. 감사합니다^^

 전화기를 반납하고, 피정의 집에 짐을 풀었을 땐 사실 조금은 긴 여정 덕에 약간은 얼떨떨..;

  구성당에서 새로운 옷을 지급받아 환복하고, 서원장을 작성하고

  새로운 이름을 지어 명찰에 적으면서 마음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다르지 않은, 그러나 달라질 삶의 시작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저의 새로운 이름은 하심(下心)이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뜻이었지요^^)

 원장 신부님의 강의를 들으며 한바탕 웃음을 쏟아내고, 감동도 받았을 무렵

  드디어 첫 조 모임의 시작.

  어색함은 자기 소개와 수사님의 이야기로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해 본 수도원식 저녁기도.

 리듬. 이라 하긴 뭣하지만, 그 특유의 높낮이를 따라가기란 얼마나 어려웠던지요.

  책은 몇 페이지를 봐야할 지 몰라 옆 사람 책을 쭈뼛거리며 보기도 하구요^^

 저녁을 먹고, 잠시 쉬다가 이어진 참회 예절.

  마음 속에 섞여 있는 혼탁한 찌꺼기가 밑으로 착. 하고 가라앉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순간의 평온함이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고해성사의 시간. 우리 3조는 안내실로 이동했습니다.

  아직도 조금은 덜 녹아내린 어색함을 약간의 수다로 모조리 녹여버리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한 친분을 쌓아가기 시작했지요.

개인별로 성사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에 올라갔습니다..;;만.

  저희 남자 숙소 성당에서는 고해성사가 진행 중이었던지라.

  미리 마치고 온 형제님들은 수건과, 갈아입을 옷과, 세면도구를 붙잡고 1시간 동안 아~주 끈적이는 밤을 보냈습니다.

 (이상한 상상금지!)

그 와중에도 수다는 이어지고, 덕분에 그 기다림도 조금은 덜 지루할 수 있었지요.

  성사가 끝나고, 빛의 속도로 샤워장에 입성하여 물줄기를 맞는 기분이란 어찌나 짜릿하던지요.

 그렇게 첫 날이 지나갑니다.

두 번째 날.

평소 5시 반이면 눈뜨는, 일명 닭병 1기 환자인 저도 5시도 안 된 시점의 기상이란 참 힘들더라구요..;

  전날 잠을 충분히 잔 것도 아니었구요.

  워크북과 명찰을 챙겨들고 허겁지겁 성당으로 뛰어가서 아침기도를 하고 바로 이어진 구심기도.

 평소 집중력은 땅에서 주워볼래도 찾기 힘든 저였는데, 그 날따라 이상하리만큼.

 흔히 쓰는 표현으로 한지가 물기를 머금는듯한 기분이랄까. 정말 빠져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조금 깊이 들어가려 할 때 깨어나서 아쉽긴 했지만..^^

아침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이어진 수도원 견학.

  목공소와 분도출판사,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장, 기념관, 금속공예실 등을 둘러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었지요. 개인적으론 날씨가 살짜쿵 좋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견학을 마치고 아빠스님의 강의.

 어쩌다 맨 앞에서 아빠스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전날 수면부족으로 아..이 폭발하는 닭병 본능-_-;;꾸벅꾸벅..;;(아빠스님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기억나는 한 말씀. 외로움이 사라진 공동체적 삶=행복.

 꼭 기억하겠습니다.

이어진 그룹작업에서는 주제를 받아들고 조금은 난감한 표정들을 짓다가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짐들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는 이만큼의 아픔으로도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는데,

  우리 형제자매들은 더 아프고 쓰린 상처를 인내하며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가면서 그룹작업은 박차를 가하..(지는 못했다죠..;)

낮기도 후 점심식사를 후다닥 하고 급하게 피정의 집 앞 휴게실로 모여 그룹작업에 대한 이야기.

 아나스타샤 누님의 재치로 조금씩 그림이 그려질 무렵 노동체험소집령 발동!

  차를 타고 농장으로 가서 피를 뽑았습니다. 부득이하게 뽑힌 벼들에게 심심한 사과를...(퍽)

 팔에 오른 풀독은 이미 아웃오브 안중이었고, 분도마을 세탁실에서 대충 씻고 마시는 막걸리와 빵안주란 어찌나 맛있던지요.

 후다닥 차를 타고 내려와서 샤워를 마치고(저는 그 와중에 빨래도 했습니다. 이어질 여정이 있다보니..^^;)

잠깐 방안에서 쉬다가 이어지는 명상과 저녁기도.

저녁을 조금 서둘러 먹고는 그룹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아마 우리가 끝기도에 조금 늦었드랬죠..;;

 그렇게 준비가 끝나고 조별로 준비한 주제에 대한 상황극 시작!

  모두가 열성을 가지고 준비했고 웃으면서 주제를 알아가는 순간순간이 즐거웠습니다.

  구성당이 좀 울리는 구조라, 대화전달에 약간 난감함이 있긴 했지만요^^

상황극이 끝나고 이어지는 친교의 밤.

  조별로 상품이 전달되고 이어지는 추첨의 시간.

  우리네 오랜 전통인 물물교환으로 빵과 포도주를 비롯한 음식을 먹고 즐기며 행복한 순간이 이어졌습니다.

 예.위.노.사의 공연은 그 행복함에 젊음의 열정이라는 화력 좋은 연료를 더하게 해줬구요.

친교의 시간 중 하이라이트(?). Dance의 시간.

  돌고 돌고 돌다보니 흐르는 땀방울에, 풀독 오른 자리에 문질러 버린 물파스 덕에 화끈화끈..;;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싸안으며 마음의 한기는 조금씩 사라져 갔습니다.

  (몸의 열기는 화끈하게 달아올랐지요. 인화성 물질이라도 갖다 댔음 불 붙을 정도로..^^;)

 그렇게 즐거운 시간은 막을 내리고, 샤워를 마치고 다른 방 형제님들과 수다를 풀다가 짧게 잠이 들었습니다.

마지막날.

하느님께 드리는 다짐을 기록하고 그레고리오 성가를 배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당 성가대 아르바이트(자주 안나가서..;;)시절 지휘선생님께 잠시 배운 기억이 있어서, 악보는 볼 줄도 모르면서 음만 따라가다보니, 조금은 쉽더군요..^^(지 자랑?-_-)

마지막 미사를 드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최후의 점심 만찬을 마치고 후다닥 짐을 챙겼습니다.

 조별 모임에서 서로에게 줄 묵주를 만들고, 서로의 팔에 채워주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드디어, 헤어짐의 시간.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충만한, 소위 '영빨' 가득한 순간을 가슴에 간직하고 각자의 갈 길로 발을 돌립니다.

수체 때 알게 된 고마운 인연들.

  테오도로 수사님. 제가 알바할 적 주방에서 튀김 짱하시던 형님과 너무 닮으셔서 순간 깜짝^^;

 많은 이야기와 가르침.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박영준 요셉 봉사자님. 아..김.태.현. 흘흘흘흘. 얼굴에서 선. 이 흘러내리는 모습.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부성 대건안드레아. 첫 인상의 포스가 남달랐던, 그러나 조장으로서 우리 모두를 안아준 든든한 싸나이.

  장한민 다윗. 조용조용한 이미지였는데, 친교의 밤때 젊음을 불태우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안덕호 세바스티아노 형님. 친교의 밤 때 마이크 잡으시던 모습. 멋졌다지요^^

  김수미 아나스타샤 누나.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다면, 정말 추종하는 제자들이 4열종대 연병장 두 바퀴셨을 듯.

  홍은의 유스티나 누나. 나이 이야기하시기 전까지 누나를 그 나이로 결코 보지 않았다능..;ㄷㄷㄷ

  조화형 스테파노. 아직은 충분히 즐거워도 될 나이^^ 그대 앞날에 화이팅~!

  김한나 베네딕다 누나. 가난했던 마음이 조금은 풍족해지셨을까요. 그 날의 기억. 조금 오래 가지고 가 보아요^^

  김병수 대건안드레아. 얼굴에 활기가 넘쳐보이는 그대. 그 날의 웃음 오래 가길.

  김선영 레지나. 사실 난 그대를 처음 보자마자 포켓걸이 생각났다지..; 이로서 우리 조 연예인은 두 사람..;

  참 귀여웠던 부산 아가씨^^

  최재원 비오형제님. 남자가 봐도 멋진 대구 출신의 수원교구 형제님. 반가웠습니다.

  우경재 다니엘. 대전 갈 때 연락할께.

  김종현 베드로. 고맙다. (말 안해도 알제?)

  그 외 이 나쁜 하드웨어로 기억이 어려운 분들께서는 아래 네이트온 주소 등록 후 거침없는 쓴소리를..(;;)

  저는 수체 이후, 대구와 제주도를 찍고 오늘에서야 돌아왔습니다..;;

  정신이 잠시 가출한 듯한 피곤함이 몰리는군요^^;

아. 우리 서로 네이트온 등록해주기~!

  저는 bongpal2@nate.com 입니다^^

  다른 형제자매님들도, 냉큼 등록해주시면 감사~

  아직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끝나지도 않을 거지만^^

  소중한 인연, 하느님 품안으로 가는 순간까지 함께 할 수 있길 기도드리며.

  이상 장황한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