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일생을 그린 "나자렛 예수" 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마리아 역을 맡은 배우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청순한 줄리엣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했던
올리비아 핫세이다. 그런데 마리아역을 맡은 이 여배우를 자세하게 본 사람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마리아는 새까만 옷을 입고있다.
이제까지 보아온 마리아상이나 영화 속의 마리아가 모두 흰 옷을 입고있었으니 말이다.
이 영화는 성서학자나 고고학자들의 고증과 자문에 충실한 영화로 알려져 있다.
바람과 먼지가 많아 옷이 쉬더러워지는 반면 빨래할 물이 넉넉하지 않은 곳에서 흰 옷을
입기란 웬만한 신분이 아니면 어려웠으리라. 마리아는 한낱 시골 부인이지 않았던가.

이렇게 고증에 철저했다는 영화 "나자렛 예수"도 헛점이 보인다.
다름아닌 예수의 역을 맡은 배우의 손이다. 영화 속의 예수님 손은 말 그대로 섬섬옥수이다.
실제로 그랬을까? 예수님은 목수였다. 목수의 손이 실제 어떤지 알고 싶으면 가까운
목공소에 가보라. 오랜 막일에 뼈마디가 굵고 목공도구에 다친 흉터가 여러개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손도 그러했다. 아마 천막을 짜는 일을 했다는 사도 바오로의 손도 예수님의
손처럼 거칠었을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은 하지만 요즘 3 D 업종이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육체노동은 정신노동 보다 천시해 왔는데 이제는 육체노동에도 등급이 생긴 셈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몸으로 때우는 노동을 싫어하는데 하느님은 그렇지 않다.
창세기 2장에서 하느님은 마치 옹기장이처럼 흙을 빚어 아담을 지으신다.
그분의 능력으로 보아 직접 손을 더럽힐 필요없이 말로만 해도 모든 것이 이루어질텐데
(실제로 인간 이외는 모두 말씀만으로 창조되었다) 하느님은 직접 흙을 매만져 즐겁게
아담을 빚어내는 일을 하신다.

아담과 하와처럼 우리도 에덴동산에서 놀고먹을 수 있었는데 원수같은 인류의 조상이란
것들이 일을 저질러 우리가 이 고생이라는 오해-이러한 오해는 아담과 하와를 내쫒으며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에서 비롯된다. "아담아,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살리라."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오해는 무슨 오해 우리가 사는 걸 보라구. 이게 죽지 못해서
하는 일이지, 어디 기뻐서 하는 일이야? 일하지 않고 먹고 살 수만 있다면 누가 그 고생을
하겠어. 이 모든 게 아담과 하와 탓이야" 하고 조상 탓을 한다.

정말 그런가? 단 한번도 일하는 기쁨을 느껴본 적이 없는가?
없을리 없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노동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가?
그건 '먹고 살기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창세기 2장은 이렇게 적고있다.
"땅에는 아직 아무 나무도 없었고 풀도 돋아나지 않았다. 야훼 하느님께서 아직 땅에
비를 내리지 않으셨고 땅을 갈 사람도 아직 없었던 것이다."(5-6절)
그러니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아담과 하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먹은 게 아니다.
땅를 갈고 풀과 곡식이 자라나게 했다. 아담과 하와는 기쁜 마음으로 이일을 했으리라.
먹고살기 위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이제 일은 무언가를 더욱 많이 소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되었다.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최초의 범죄도 따지고 보면 하느님께서 소유하지 말라고 한 것을
소유한 행위였다. 모든 범죄의 뿌리는 자기만 소유하려는 욕심, 독점욕이다.
노동이 단지 소유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때 노동은 제 모습을 잃고 고통과 저주로
다가온다. 범죄 이전의 아담과 하와가 일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소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동산에 있는 모든 생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일한다.(자신만 잘먹고 살고 많이 소유하려고가 아니라)
그러니 우리의 노동은 가족을 위한 하나의 봉사이자 사랑의 실천이다.
같은 이치로 우리가 소유를 늘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일한다면, 더 없는 사랑의 실천이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것을 소유와 연관지어 판단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따지기 보다 무엇을 가졌는지를 따진다.(학식, 외모까지도)
많이 가진 사람은 편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일을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해야하는 세상이다.
이러한 모습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은 여전히 고통과 저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 ( 박영대 / 우리신학 연구소 인천연구실장) -에서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