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베드로 아빠스님께서 2003년 여름, 대구 대명동 성당에서 하신 강의입니다. 영성의 향기 “제88회 초기교회의 예비신자 교육과 세례”를 글로 정리하였습니다. 평화방송에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주소 http://www.cpbc.co.kr/onmedia/programe.php?code=&cid=76256

(시작 기도)

찬미예수님 기도로 시작합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 아버지, 저희를 세례성사를 통해 당신의 아들딸로 삼아 주셨습니다. 마귀의 종살이에 얽매어 있던 저희를 당신의 아들딸로 삼아주셨다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은총이고, 또 우리 자신의 품위가 높아지는 지 우리는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또 그렇게 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마음속에 당신의 성령을 가득 부어주시어, 저희들이 아버지의 아들딸로서 품위 있게 살 수 있도록 하시고, 오늘 강의를 통해서 듣게 될 초기교회 예비신자들의 교육과 세례성사를 통해서 더욱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주일미사와 세례성사)

예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다음, 열두 사도를 중심으로 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교가 구약의 유대교와 구별되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구약의 안식일을 지키지 않고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을 지키면서 미사성제를 거행하고 예배를 드렸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하여 세례성사를 받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초기 교회의 세례성사)

오늘 강의는 이중에서 ‘세례성사’ 에 대해 말씀드리는 데, 초기교회의 전례와 교회의 규범에 관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문헌인 ‘디다케’ 와 ‘사도전승’을 통하여 세례성사를 어떻게 거행하였으며, 세례성사를 받기위해 예비신자들이 어떻게 준비하였는지를 살펴봄으로서 세례성사의 중요성과 그 영성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다음 말씀으로 끝을 맺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공동번역 마태오 28, 16-20)”

사도행전 2장을 보면, 예수님의 이 마지막 명령에 따라서 성령강림이 있던 날 오순절 축제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에 모인 군중들에게 사도 베드로가 설교하였습니다. “그들은 베드로의 말씀을 믿고 세례를 받았다. 그 날에 새로 신도가 된 사람은 삼천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서로 도와주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 (사도행전 2, 16-20)” 고 합니다. 이로써 교회 공동체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 이어지는 사도행전의 중심내용은 열두 사도는 물론, 사도 바오로가 사방에 나가서 복음을 선포하고 세례를 베풀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약성서에는 세례성사를 어떤 방법으로 주었고 또 세례성사를 받기위하여 어떤 방법으로 준비시켰는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예비신자 교육과 세례방식 근거)

그렇다면 오늘의 교회에서 실시되고 있는 예비신자 교육과 세례성사 방식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강의는 이 의문의 답을 찾는데 있습니다.

지난 주 강의는 사도들의 제자들, 그리고 그 제자들의 제자들로 이어지는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회의 아버지’, 즉 ‘교부(敎父)’ 라고 하고 그들이 남긴 문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렇게 이어지는 가르침을 ‘거룩한 전승’, 즉 ‘성전(聖傳)’ 이라고 합니다.

오늘 살펴보고자 하는 ‘디다케(Didache)’ 와 ‘사도전승(La Tradition apostolique, 영어 apostolic succession)’ 이란 두 문헌은 시대적으로 사도시대와 매우 가깝고 게다가 전례에 관해 매우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두 문헌이 교부문헌 총서 제7권과 제6권을 통해 우리말로 번역되었습니다. 먼저 두 문헌의 성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주1, 2)

(디다케)

기원후 100년경에 쓰인 디다케는 초기 교회신자들의 윤리생활과 전례의 제반규정에 대하여 말해주는 매우 중요한 문헌입니다. ‘디다케(Διδαχή) 란 말은 그리스어로 “가르침” 이란 뜻입니다. 이 문헌의 원래 제목은 “열두 사도를 통하여 전해진 하느님의 가르침” 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를 줄여서 일반적으로 “가르침” 이라는 뜻 “디다케” 라고 합니다. 이 문헌은 100년경 시리아의 한 교회에서 익명의 저자에 의해 편집된 것으로 보입니다. 디다케는 초기교회부터 중요하게 여겨져서 마치 신약성의 경전처럼 읽혀진 때도 있을 정도이었습니다.

이 문헌은 2세기 초엽까지 교회공동체의 생생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후대 동방, 서방의 모든 전례 및 윤리규정의 원형적 규범이 되었습니다. 디다케는 모두 16장으로 되어 있는데, 네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1부, 1장부터 6장까지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생활에 관한 두 가지 길, 즉 생명에 이른 길과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다룹니다. 제2부, 7장부터 10장까지는 세례성사와 성체성사에 대해 서술합니다. 제3부, 11장부터 15장까지는 교회생활의 제반규정이 나오고, 제4부,  16장부터 끝까지는 주님의 재림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문헌에는 이처럼 여러 가지 요소로 되어 있고 요소마다 생성시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헌은 한 저자가 저술한 것이 아니라 익명의 인물이 기존의 전승들을 모아서 편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의 삶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전례는 지역교회나 시대의 요구에 응하여 발전 내지 변경되기 마련입니다. 또한 전례나 기도문은 그 성격상 어느 한 시대에 어느 한 저자가 갑자기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리에서 이미 행해져 오고 있는 것을 후에 편집한 것입니다.

디다케에 수용된 내용은 실제로 편집된 100년, 즉 1세기말에서 2세기 초보다 훨씬 이전의 것으로 보아야 하고, 더 나아가 제목에 맞게 기원이 사도들에게 소급되는 요소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전승)

두 번째 사료 사도전승은 디다케와 함께 교회전례와 신자들의 생활규범에 관한 기초적이고 중요한 문헌입니다. 210년경 편집된 이 문헌은 주교서품, 사제서품, 각종직 수여, 절차, 성탄전례, 예비신자 교육, 세례성사, 기도시간과 방법, 단식규정 등 교회의 전례와 신자생활에 대해 폭 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디다케보다 약 100년 후에 편집된 사도전승은 이처럼 세분화하여 자세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후기 각종 전례문헌의 모범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각종 예식서와 전례서에도 그 기본 틀이 남아 있을 정도로 교회 안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료입니다.

이 문헌은 이처럼 오늘의 전례와 교회 규범의 토대가 되기 때문에 특히 전례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책입니다. 저는 이 문헌을 교부총서로 번역하면서 60여 쪽으로 상세하게 해제를 썼습니다. 전례를 보다 심도 있게 배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출판한 다음 로마에서 전례를 공부하는 많은 신부님들이 “한국말로 번역해서 정말 고맙다.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사도전승 구성)

사도전승은 머리말 1장과 맺는말 세 장을 포함해서 모두 43장으로 되어 있는데, 본문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부, 2장부터 14장에는 주로 교회의 인적구성, 즉 교구제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홉 개 부류의 인물들, 즉 주교, 사제, 부제, 증거자, 독서자, 동정녀, 차부제 등이 있습니다.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는 차부제가 있었습니다. 부제 밑에 있었습니다.

성탄전례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교서품과 사제서품에 관한 규정들은 오늘날 예식서에서 거의 글자 그대로 이 문헌이 인용되고 있고, 성탄전례의 제의(祭衣) 양식은 오늘날 미사에 직접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제2부에는 예비신자로 등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3년간 교리교육을 받은 다음,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받고 성탄전례에 참여함으로서 그리스도 공동체에 입문하게 되는 전 과정이 명기되어있습니다.

제3부에는 신자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제반 규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성체를 가정에 모셔가서 매일 영성체하는 규정, 단식규정, 공동체 식사(아가페 agape), 축복받은 빵에 대한 규정, 소출의 봉헌과 축복, 그리고 기도시간과 영성생활, 성직자간의 유대관계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1) 교부문헌총서 7,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 디다케, 정양모 역주, 분도출판사

(주2) 교부문헌총서 6,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이형우 역주, 분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