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생활, 하느님과 대화)

기도생활과 전례생활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기도(祈禱)’라는 말은 ‘절대자에게 빌어 청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말의 ‘기도’란 엄밀하게는 청원기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청할 필요가 없을 때는 기도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다급해져야 기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기도(oratio)’는 이와 다릅니다.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이고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기도, 라틴어 ‘오라시오(oratio)’ 는 오라레(orare 말하다)에서 나온 것입니다. 즉 ‘하느님과 이야기 하는 것, 대화’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인격적 만남’ 이 있어야 하겠지요.

예를 들어 친구와 만나면 듣고 이야기 합니다. 한쪽만 계속 이야기하면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어른들과 만날 때는 우리가 말하는 것보다 어른 말씀을 듣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하물며 하느님과 만나는 데, 하느님께서 듣든 말든 우리말만 일방적으로 하면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보통 우리의 청원기도는 일방적입니다. 하느님께서 들으시던 말든 “내 소원 이루어 주십시오” 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기도와 다른 것입니다. 기도(祈禱)라는 우리말이 갖는 뉘앙스에 구속되는 셈입니다.

(기도의 종류)

그러면 하느님과 대화, 기도에는 어떤 기도가 있는가? 내용면에서 찬미기도, 감사기도, 용서기도 청원기도가 있습니다.

쉬운 예로 어머니가 시장가는 데, 세 살짜리 꼬마가 따라갑니다. 이것 사줘, 저것 사줘 합니다. 하나 사 주었는데, 다른 것 보고는 또 사달라고 하지요. 끝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배탈 날 것 같은 것도 사달라고 졸라댑니다. 그럼 사주면 안 되지요. 그러면 울고불고 야단입니다. 어머니들 고생 많이 하시지요. 그런데 초등학교 들어가고 조금 철들었을 때 사주면 ‘감사합니다’ 합니다. 그러면 속으로 “벌써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형 아우가 있다고 합시다. 어머니가 형에게 사줄까? 하니 형이 “저는 괜찮습니다. 동생 사주세요” 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형에게 더 해주고 싶지요?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면 더 해주고 싶으시겠지요. 반대로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 찡얼거리고 안 해주면 삐지고, 그러면 어머니는 얼마나 짜증나시겠어요. 그런데 하느님은 60억 인구를 거느리십니다. 그렇게 60억이 찡얼거리면 얼마나 골치 아프시겠습니까?

하느님께 지혜롭게 해야 합니다. 하느님 기분 좋게 해드리면 다 해주십니다. 어린이가 울면 어머니는 배가 고파서 우는지 아파서 우는지 다 아십니다. 하느님은 지극한 어머니 보다 더 큰 사랑으로, 지극한 아버지 보다 더 큰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해달라고 찡얼거리지 않아도 해주십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고 기도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찬미의 기도)

흔히 청원기도 바치지요. 청원기도는 조금 저질입니다. 질이 낮습니다. 청원기도 → 용서기도 → 감사기도 → 찬미기도 순으로 질이 높아집니다. ‘찬미합니다“ 하면 하느님은 청원할 때보다 곱절 해주십니다. 찬미기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찬미는 왜 합니까? 예를 들어 높은 산에 올라가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요. 그리고 그것을 만드신 하느님께 대한 감탄, 이것이 찬미 기도입니다.

성가집 1번에서 20번에는 찬미에 대한 노래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다니엘서에 나오는 찬미기도가 있습니다. “주님의 모든 업적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영원히 주님을 찬송하고 찬미들 하라. 주님의 모든 천사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하늘의 군대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하늘 위의 물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주님의 모든 능력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해와 달아 주님을 찬미하라 하늘의 별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비와 이슬아 주님을 찬미하라 모든 바람아 주님을 찬미하라. 불과 열아 주님을 찬미하라 추위와 더위야 주님을 찬미하라. 빛과 어둠아 주님을 찬미하라 번개와 구름아 주님을 찬미하라. 바다와 강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고기와 물에 사는 모든 것들아 주님을 찬미하라.” 쭉 이어집니다. 아마 이 작가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벅차올라서 견딜 수 없어요. 사방을 다 깨웁니다. 같이 찬미하자고요. 하느님을 찬미하고 싶은 열망과 기쁨이 너무 벅차서, 시인이 되었습니다. 찬미기도를 드릴 때만큼은 기쁘지요. “하느님 찬미합니다.” 그럴 때 기쁘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찬미할 것이 있어야 찬미하지요”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찬미할 것입니다. 아침에 건강하게 일어나는 것,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찬미할 수 있습니다. 만일 태양이 10분만 없어져도 모두 얼어 죽습니다. 다 죽어있던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날 때, 모든 것이 하느님의 업적이고, 하느님의 찬미로 가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의 기도)

그런 하느님께서 지엄하신, 엄위하신 하느님께서 우리 흙먼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아이고 하느님,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해주십니까? 황공무지로소이다.” 찬미를 기도를 바칠 줄 아는 사람은 감사기도가 안 나올 수 없습니다.

(용서의 기도)

그런 하느님 앞에 죄스런 짓을 하면. “하느님 제가 정신이 나갔습니다. 다시는 하느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기도가 나옵니다. 그런데 맨날 청원기도만 바치는 사람은 죽어도 감사기도 한번 못 바칩니다. 맨날 찡얼댑니다. 하느님께서 해주셔도 감사할 줄 모릅니다. 당연히 그런 줄 압니다. 제일 고급스런 기도는 찬미기도와 감사기도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십시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용서의 기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용서의 기도는 고백성사할 때 많이 하는 데, 용서의 기도는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명한 성 아우구스틴의 고백록이 있습니다. 이 저서의 원래 이름은 confessiones(콘훼시오네스) 인데, ‘고백록’으로 번역했습니다. 라틴어 confeteor(콘훼테올)는 두 가지 의미, ①고백하다, ②찬미하다 입니다. 시편 140편 이후 찬미 시편이 많은 데 confeteor(콘훼테올)을 ‘찬미하다’로 씁니다. 그래서 ‘고백록’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과거 자기가 하느님으로부터 은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충스럽게 산 것에 대한 고백이 있습니다. 둘째 고백하면 하느님께 찬미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용서를 바치면, 진정한 찬미의 기도도 바칠 수 있습니다. ‘고백록’이란 반쪽 번역이고, 원래는 ‘고백과 찬미’입니다. 최민순 신부님이 “고백록” 이란 제목 옆에 부제 “님 기림의 찬미, 진리에 대한 연가”를 붙인 것도 찬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세리의 기도)

복음서에서 대표적 비유는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입니다. 바리사이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단식도 하고, 뒤에 있는 세리하고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기도가 아니라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리는 성당 뒤에 앉아서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가슴을 치면서, “주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하면서 이야기를 모두 끝마칩니다. 예수께서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하느님께 의로운 사람이 되어 돌아갔느냐?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이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무슨 이야기 하겠습니까? 하느님 은혜에 비해서, 하느님 사랑에 비해서 너무나 보답이 미흡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인격적 만남이라면, 진정한 대화로 갈 수 있습니다. 찬미와 감사의 기도로 갈 수 있습니다.

(기도의 응용)

찬미기도 중 “더위야, 추위야 너희도 찬미하라.”하는 재미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금 7-8월 얼마나 덥습니까? 선풍기 틀어도 짜증나지요. 습기도 많습니다. “더위야, 빨리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좋겠다”하고 짜증내면 더 짜증납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꿉니다. “더위야, 너희도 하느님을 찬미하라, 너희 때문에 곡식도 과일도 잘 익는 다.” 이렇게 찬미를 하면 더위도 가시고 짜증도 가십니다. 이것이 신앙생활, 복음의 지혜를 배우는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대하는 태도에 따라 천지차이로 달라집니다. 짜증 대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