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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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8 16:38
이석철 미카엘 수사님을 생각하며
 글쓴이 : 김영진
조회 : 576   추천 : 0  

   왜관수도원에서 기도와 미사시간이 되면 늘 뵙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석철 미카엘 수사님이셨습니다. 조용하고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기도하셨습니다. 수사님께서 함께 하시면, 기도의 품위도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백세 가까운 연세임에도 기도와 수도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비결이 있으실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젊은 수사가 이 궁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그 역시 궁금하여 여쭈었다고 합니다. “수사님, 수사님 연배가 되시면 유혹 같은 것은 받지 않으시지요? 예를 들면 여자생각... 같은 것 말입니다.” 수사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런 유혹이 왜 없어요? 관에 들어가서 관 뚜껑이 닫혀져야 없어지겠지요.” 우리와 똑같이 수사님도 유혹을 받고 계셨던 것입니다. 단지 자신의 의지로, 규칙서와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으로, 유혹을 마음으로부터 쫓아 사라지게 하면서(규칙서 머리말 28), 이겨내고 있으셨던 것입니다  

    어느 수도원 명절이었습니다.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서 뷔페로 점심을 차렸습니다. 마침 수사님 옆에 빈자리가 있어서, 여쭐 수 있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수사님께서 항상 기도하시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고,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수사님께서 겸손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수도자들은 모두 하느님께서 불러 가셨습니다. 이제는 저만 남았습니다. 아마 기도와 수도생활이 부족하여 부르지 않으시는 가 봅니다. 남은 시간동안 기도와 수도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사님 말씀을 듣고 숙연해졌습니다. “수사님,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저희에게 모범이 되어 주십시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수사님은 아무 말 없이 미소로 대답하셨습니다. 수사님 말씀에서 수도생활의 본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젊은 시절 그분의 부르심에 따라 수도회에 입회하고, 지금까지 그분을 사랑으로 섬기고, 이제는 부르심을 기다리시는 것이었습니다. 겉보기에 죽음을 기다리시는 것 같았지만, 수사님에게 죽음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부르심만이 존재하였습니다. 마치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고 신랑을 기다리는 슬기로운 처녀(마태오 25:13)와 같았습니다  

    이제 부르심을 받아 수사님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 분의 모범에 감사와 존경, 사랑을 드립니다. 그리고 무지한 저희를 위하여 하늘나라에서 기도해 주십시오. “기도와 수도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부르심을 기다린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묵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