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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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1-17 14:44
그림감상, 이중섭의 <왜관성당 부근> (1)
 글쓴이 : 김영진
조회 : 3,721   추천 : 0  

이중섭은 <> 그림으로 유명한 근대화가 이다. 그는 왜관 수도원과 인연이 있다. 그의 그림을 감상해 본다.

지난 2013명화를 만나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이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렸다. 근대와 현대화가 57명이 그린 100점의 그림이 전시되었다. 전시회에 온 관람자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뽑도록 하였다. 그 결과, 1위 이중섭 <황소>, 2위 이중섭 <>, 3위 박수근 <빨래터>, 4위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5위 천경자 <길례언니> 이었다고 한다(1). 이중섭의 그림이 가장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이중섭은 1916년부터 1956년까지 40년간 격동의 시대에 살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태평양전쟁과 해방, 6.25사변을 겪고, 원산에서 남한으로 피난했다. 궁핍한 생활에도 정직한 화공으로 살았다(2). 그래서 더 사랑받는 것 같다.

지난 20169KBS TV에서 그의 탄생백주년 기념특집으로 다큐드라마 <중섭>이 방영되었다. 그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작품은 소개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작품을 구경하던 중 유난히 마음을 끄는 것이 있었다. <왜관성당 부근> 이라는 풍경화이었다. 그림 속 풍경이 매우 낯익고 우수(憂愁)가 물씬 느껴졌다.

이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목 이외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러한 경우, 보는 사람이 나름대로 생각하며 감상할 수밖에 없다. 그림은 화가가 그리지만, 감상(鑑賞)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 사람마다 살아온 삶이 다르듯, 감상하는 것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사진으로는 그림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워서 원화(原畫, 원래의 그림)를 보고 싶었다. 마침 <백년의 신화, 이중섭 특별전>이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었다. 아직 부산시립미술관으로 가기 전 이었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덕수궁을 찾았다. 그의 대표작 <> 그림, 은지화(은박지 그림), 엽서와 편지를 감상하였다. 그리고 2층에서 엷은 황색등의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는 이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이 그림은 두꺼운 종이(34 x 46.5 cm, hardboard)에 유채(유성물감)으로 그려져 있었다. 황색등의 조명을 받은 원화는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화폭 전체에 엷은 세로선이 수없이 그어져 있었다. 마지막 단계에서 그은 것이다. 세로선 때문에 베일을 통하여 보는 듯 은은하게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흐르는 눈물을 통하여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마지막에 선을 긋는 기법은 드물게 보는 것인데, 공을 많이 들인 것이다. 그만큼 화가에게 소중하다는 의미도 있다.

그림에서 보이는 성당은 어디 일까? 제목에서 <왜관성당 부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당시 왜관성당은 지금의 왜관 수도원에 있는 구() 성당이다.

어디에서 보고 그린 것일까? 보는 지점을 알면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다. 그림은 1955년에 그려진 것으로 지금과 약 60년이란 시간차가 있다. 그때 풍경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성당과 길은 변하지 않았다. 그림의 십자가는 평면 십자가(+)로 보인다. 실제로 이렇게 보이는 것은 두 방향, 즉 정면과 후면뿐이다. 순심중고등학교 쪽에서 구 성당을 정면으로 보면, 왼편에 길이 보이고, 왜관역 쪽에서 구 성당을 후면으로 보면 오른편에 길이 보인다. 그림에는 왼편에 길이 있으므로, 순심중고등학교 쪽에서 보고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의 주제는 무엇일까? 성당일까? 성당은 종탑만 보이고 집에 가려있다. 그림 가운데 밝은 황토 길이 보인다. 울타리와 집에 싸여 있는 길에 시선이 모인다. 길 즉 성당 가는 길이 주제이다.

길은 가파른 언덕길인데 아래는 넓고, 위로 가면 절반이 집에 막히고 좁아진다. 이 집은 검은 색 지붕과 황토벽으로 된 큰 집이다. 순심중고등학교가 들어오기 전 그림이므로 이 집이 어떤 집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집 뒤에 다른 지붕이 보이고, 그 위로 종탑이 보인다. 실제로 성당은 순심중고등학교 길 건너편에 있어서 종탑은 멀리 보일 것이다. 그러나 원근법을 무시하고 가까이 그려서 마치 종탑이 집에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종탑 위 십자가는 뚜렷하고 가깝게 보인다.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그렸다. 강조한 것이다. 십자가를 그릴 때 상당히 고심한 것 같다. 원화(原畫)를 보면 십자가 있는 곳은 물감이 두껍게 발라져서 둔덕처럼 솟아있다. 그 위에 십자가를 그리면 울퉁불퉁 굴곡이 진다. 그래서 얇은 철제 주걱(페인팅 나이프)를 세워서 평면 십자모양으로 누르고 십자가를 그렸다. 십자가는 화폭 위 끝에 닿아있다. 하늘나라에 닿아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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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근현대 명작 1위부터 20위까지,  2015.7.21.  http://kimiy050.tistory.com/10856

2. 최열, 이중섭평전, 돌베개, 2014, p.483    

이중섭 그림, 왜관성당 부근 http://copyfree.tistory.com/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