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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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07 13:25
잘 가세 친구여
 글쓴이 : 이석진그레고리오신부
조회 : 7,227   추천 : 0  

잘 가세 친구여

 

가야만 하는 길

어제 까지 웃고 놀던 그가

가야할 길을 떠나며

인사도 없이 떠나갔네.

 

인사 없이 떠남은 다시 오려 함이라

56년전 수도원 문 앞에서 인사 나누며

함께 살던 그 사람이 멀리 떠나

다시 만날 시간 기다려 보자

 

가신 곳은 어떠한가?

이곳보다 살기 좋은 곳

전해들은 대로이겠지

아니면 돌아 와 이곳에서 살자

 

좋으면 갈 때까지 잘지 내요

영혼 떠난 얼굴 빛나는 모습

깐돌이 같아도 잘산 모습이네

아빠스님의 눈물 보일 만금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 늘고

등산모 쓰고 운동 나서는 모습

복도에서 언제나 한마디

조심해서 다녀오시오.

 

어느 날 등산 갔다 넘어져

머리 깨진 모습

팔 부러진 모습 보이더니

이제 산에서 깊은 잠 들었네

 

퇴원하는 날 포도주 한잔 하자

좋아하던 포도주

나누지 못하고 떠났구나.

천상포도주 마시며 즐기세요.

 

우리 친구 떠나보내며

이 석진 신부

2015929일 장 엘마 신부 사망< 장 신부 생일날>


박옥숙 15-10-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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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은 우리가 생각했던 내 어릴적 나의 신부님과는 달리 권위적이지 않았고

친구처럼 아이처럼 아버지처럼 스승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며 의견이 맞지 않을때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했고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에게는 함 해보면 안될까? 함 해봐 ~~ 라고 힘을 넣어주신다

그 크고 넒은 생각을 감히 어찌 짜증도 내고 했을까?

허허 웃으시며 "그랬나? 얼른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더 확실한 의견을 내세우던 분이시다.

"옥숙이 잘 있었나?" 하며 눈뜨고 일어날 것 같은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리는 나에게

"다 헤어지는거잖아~~  안죽고 살 수 없잖아~~" 하하 웃으시던 모습,

내가 사드린 옷을 좋아하고 신발을 좋아하고

내가 해드리는 음식을 매운탕을 좋아하시고 포도주와 치즈를 정말 고마워하던 신부님이셨다

답답하지 않아서 좋아했고 사랑을 가르쳐주시고, 기뻐할 줄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주셨다

자글자글 웃는 눈에서 끊임없는 유머가, 냉철한 지성 속에서 사물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지셨다.

신학원 기숙사 시절 학교를 끝내고 돌아오면 신부님 방 주변에서 서성이며 국어공부를 했고 문학사상을 읽으라고 드리면

의미를 모르겠다며 책갈피 가득 그 뜻을 물으시며 읽곤 했다

옥숙이 포도주 한잔할까? 그 목소리와 모습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

특별히 준다는 느낌없이 정말 많은 것을 주신 분이다

공동성경 번역을 위해 수도원 손님 방에 여장을 푼적이 있다.

기차역에서 내려 수도원까지의 길은 좁은 아스팔트길이었다.

양옆에키가 큰 이태리 포플라나무가 있었고 해가 어스름한 긴 길을 걸어올라 갈 때 나는 소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수부에서 만난 미카엘 수사님은 머리 하얀 할아버지였다. 알고보니 할아버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새벽에 미사와 기도, 아침식사, 번역문 정서, 저녁기도와 침묵시간, 

일주일 이상 신부님의 성경번역작품을 도우던 그 수도원에서 머무름은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일년에 한두번 소식을 전하고 서울에서 만나면 나는 기뻐하며 좋아했다

옥희씨가 손주를 보게 되자, 그후 우리집에서 하루를 묵으시게 되었다

매운탕 드신 후에 입안에 가득한 매운탕향이 좋아서 물도 잘 안마신다했다

독일에서 사온 포도주와 꼬리꼬리한한 치즈만 있으면 그만이다.


사랑을 배웠고, 겸손함도, 마음이 가난한 것의 행복을 배웠고, 자기 것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음을 배웠다.

한국에 그렇게 오래 계셨건민 독일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은 진정한 독일인으로서 본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본받을만 하다

자칫 우리 것을 비난하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나라사랑을 가르치셨다.

마지막 만남, 지난 7월 집에서 하루를 묵으시며 와인을 즐기고 다음날은 영화를 보았다. 스틸 ~~

선천적으로 알츠하이머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여인의 이야기다.

남편이나, 나나, 신부님이나 모두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신부님 부모님 이야기도 들었었고, 세월이 우리를 어떻게 할까 싶기도 했다.

장충동에 모셔드렸다. "고마워, 다음에 또 와도 되지?" 하신다. 신부님 당근이지요~~ 했다.

다시 볼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당신 생일날 하느님 나라로 가셨으니 진정 하느님의 부름이리라..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여 주님이 부르셨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하시면서~~~

더더 행복한 하늘나라가 되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