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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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14 09:34
주님은 누구신가 유태인 들이 기다리는 분이 아니시고 온인류가 기다리는 분
 글쓴이 : 이석진그레고리오신부
조회 : 5,911   추천 : 0  

마르코,8장 27-35.예수는 메시아가 아니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대인들의 메시아사상에 대해서 조금 공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메시아Messiah’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기름부음 받은 자라는 뜻의 모쉬아크משיח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쉬아크 개념은 유대교의 최고 율법서인 토라에는 나타나 있지 않고 예언서에서 비로소 언급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기나긴 유배생활을 경험했고, 예수 시대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자기 땅에서 로마제국의 식민지 시절을 겪어야만 했던 유대인들은 예언서에 언급되어 있는 모쉬아크의 출현을 열망하게 됩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의 따르면 모쉬아크, 즉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장차 오실 메시아는 유대의 구원과 이스라엘의 안전을 책임지는 위대한 정치 지도자(예레23,5, 이사11,11.12), 정의로운 재판관(이사11,3-5), 전쟁을 일으켜 주변국들을 정복해서 부를 가져다주는 군대의 지휘자(이사,11.14-16), 예루살렘을 회복시켜 번제물과 희생 제물을 바치는 종교 지도자(예레33,16-18)여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모쉬아크의 조건은 앞에 언급된 모든 것들을 이루기 전에는 절대 죽지 않아야 합니다.

 

! 우리가 신약성경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예수님의 모습 중에 구약의 예언자들이 묘사했던 모쉬아크에 대한 환상과 단 하나라도 일치하는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첫 머리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예수는 메시아가 아니었다고! 좀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고대하던 그런메시아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오늘 복음을 다시 읽으면 좀 더 쉽게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 질문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그리스도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인데 이 단어가 바로 히브리어 모쉬아크משיח의 그리스어 번역입니다. 베드로는 당연히 당시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메시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십니다.(마르8,30) 예수님은 그런 메시아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는 유대인들만의 구원이 아니라 온 세상 만 백성의 보편적 구원을 이룩하기 위하여 당신께서 걸어가야 할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운명에 대해서 명백히밝히십니다.(마르8,31)

 

메시아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던 베드로에게 이런 가르침이 가당키나 했겠습니까?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려는 베드로의 입장을 이제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라는 강한 어조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모쉬아크에 대한 그릇된 환상만 생각하고 당신을 파견하신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무라십니다. 그리고는 제자들과 그곳에 모여 있던 군중들도 함께 초대하여 장엄한 선포를 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유대인들은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라는 희생의 가르침, 세상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봉헌하는 자신을 따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만을 구원해 줄 모쉬아크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유대인들은 아니지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메시아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의 보편적 구원 사명을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우리들의 기도의 지향은 언제나 나와 내 가정과 내 교회에 갇혀 버립니다. 예수님을 나와 내 가정과 내 교회만 구원하는 나만의 모쉬아크로 전락시키는 행위입니다.

 

예수님은 당신만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그런 메시아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리스도교인 들만 구원하러 오신 그런 메시아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당신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신앙의 테두리에 가두려 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의 사랑과 구원에 대한 보편적 사명과 가르침을 따라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한 희망과 가장 가난한 이들의 걱정과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는 기도를 바치십시오. 그리고 그러한 당신의 믿음을 실천으로 보여주십시오.(야고2,17) 그래야만 예수님을 비로소 진정한 하느님 백성의 메시아, 온 세상을 구원하는 참 그리스도로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 오늘도 잊지 않고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기도와 미사를 봉헌합니다. 진실과 양심까지 침몰시켜서는 안됩니다.

이글은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