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축복

오늘 우리 수도원은 참으로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날입니다. 새로운 아빠스님을 축복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축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침 묵상을 하면서 하느님의 축복은 세상의 부귀영화가 아니라, 높은 자리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 무거운 십자가를 지신 주님과 같이 십자가를 지어 주는 날입니다. 축하합니다. 경축합니다. 하지만 그 뒷면에 오늘 복음과 같이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니라 공동체를 섬기는 사람이고 섬기기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 놓으신 주님을 따라 사는 삶입니다. 저에게 신품 성사는 경축하고 축하받을 일이었지만 50년을 돌아보니 주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사는 길이었으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는 자리였습니다.

오늘 축복을 받는 새 아빠스님에게 저는 이런 말을 전해 드리려 합니다. “자기를 낮추는 자가 높아집니다.” 윗자리에 있지 않고 낮은 자리에 있어 어울리고 함께 가는 사람이 모든 이들 안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끌고 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은 쓴 약과 같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은 무거운 십자가입니다. 가슴에 십자가를 메고 다니게 한 것은 빛나는 금빛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영광에 들어가기 위하여 따라야 할 무거운 십자가를 따라 살라고 하신 것입니다.

나이 아직 젊은 나이에 너무나 무거운 짐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미 수도자로 살기를 약속한 사람으로 넉넉히 이겨 나가리라 믿으며 이 공동체가 쇄신되어, 보는 모든 이들에 희망이 되고 사랑이 되리라 믿고 오늘 축복식이 하느님의 참 축복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무거움 짐을 지고 허덕이는 이는 다 나에게로 오너라 네 짐은 가볍고 행복할 것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