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역 앞에서 진상규명 결의대회에 수많은 수도자들 참여
민간단체의 고엽제 불법매립 조사 참여 보장 요구

왜관 캠프캐롤 주한미군기지 안의 고엽제 불법매립 사실이 지난 5월 19일 퇴역 주한미군인 스티브 하우스 씨의 폭로로 밝혀지면서, 지난 25일 대구경북대책위가 조직되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신부)가 참여하고 있는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5월 29일 경북 칠곡군 왜관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엽제 매몰 의혹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 29일 경상북도 왜관역 앞에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관계자 600여명이 미군기지 고엽제 매몰의혹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하고 참가자들이 캠프 캐럴 정문까지 행진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안받는 미군에게 받을것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제공/민중의 소리)

대책위는 고엽제 매몰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해 민간단체들의 조사단 참여를 촉구하며, 헬기장을 직접 조사해야 하며, 미국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국회의원은 "4대강에 동원된 굴착기로 헬기장을 파헤쳐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미군기지에 대해 환경오염 여부를 조사해야 하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결의대회에서는, 왜관 미군기지 독극물 매립범죄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환경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불평등한 한미관계, 소파개정의 문제도 함께 연계되어 있는 만큼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우리 국민의 생명권과 자존심이 걸린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한편 이번 결의대회에 참석한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는 "정의의 사도라 자처하며 국제사회에 군림하는 미국이 우리가 뻔히 보이는 곳에서 저지른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에 우리는 분노한다"면서, "고엽제로 더렵혀진 미군기지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돌려받아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할 땅임을 미국정부와 우리정부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상기시켜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엽제는 이데올로기 대립의 극치였던 '베트남전이 낳은 사생아'라며, "고엽제에는 자신과 대립하는 모든 가치와 신념 심지어 존재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버리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폭력성이 숨어있다"고 비판하고, 대립과 분열의 부산물인 고엽제를 영원히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회와 관련해 고진석 신부는 "그동안 담을 같이 한 이웃이자 또한 피난시절부터 우리 수도공동체를 많이 도와주었던 미군들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들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고려해 볼 시기라며, 평화를 빌미삼아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무력과 폭력을 확고하게 배격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 신부는 "이런 심각한 사태를 처리하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한다"면서, 민간단체의 직접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이어 미군과 한국 정부가 "진실을 외면하거나 은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밝히고 원래 그대로 되돌려 놓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캠프 캐럴 정문까지 행진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항의로 어린이가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민중의 소리)

집회 참석자들은 왜관역에서 미군기지 캠프캐럴 후문까지 시가행진을 하고, 미군의 고엽제 불법매립을 항의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고, '고엽제 매몰 진상규명'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 미군기지 안으로 날렸다.

왜관역 결의대회 고진석 신부 발언(전문) 반갑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고 이사악 신부입니다. 제가 여기에서 하는 말은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왜관 10리 134-1번지에 사는 지역주민의 소리일 뿐만 아니라, 1949년 북한 공산정권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남한으로 피난 와, 이곳 왜관 땅에 정착한 후 60년 동안 수도생활을 지속해온, 천주교 수도공동체의 하나된 목소리입니다. 우리 수도공동체는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을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이 사태를 정의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정의입니다. 캠프 캐롤은 한미 협정에 의해 미군이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조상들이 물러준 땅이고 더 나아가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삼라만상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그네들 마음대로 더럽혀서는 안 되는 땅인 것입니다. 더욱이 정의의 사도라 자처하며 국제사회에 군림하는 미국이 우리가 뻔히 보이는 곳에서 저지른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에 우리는 분노합니다. 고엽제로 더렵혀진 미군기지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돌려받아 삶의 터전으로 삼아야 할 땅임을 미국정부와 우리정부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상기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수도공동체는 이 사태를 생명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엽제로 표현되는 반생명 문화를 직시합니다. 고엽제 성분 중에 하나인 다이옥신이 지닌 맹독성에 가슴이 섬뜩해집니다. 2003년 미국 콜럼비아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80그램의 다이옥신을 식수에 희석하는 것만으로 8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하나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엽제는 이데올로기 대립의 극치였던 베트남전이 낳은 사생아입니다. 고엽제에는 자신과 대립하는 모든 가치와 신념 심지어 존재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버리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폭력성이 숨어있습니다.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고자 노력하는 우리들은 대립과 분열의 부산물인 고엽제가 구시대의 유물로써 영원히 폐기처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고엽제의 맹독성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거나, 앞으로 입게 될 수많은 약자들과 자연생태계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우리 수도공동체는 이 사태를 평화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미군기지의 존재가 이번 사태로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담을 같이 한 이웃이자 또한 피난시절부터 우리 수도공동체를 많이 도와주었던 미군들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에 이 땅에 주둔한 미군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고려해 볼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평화가 무력에 의해서 이루어질까? 갈등과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폭력과 무력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최선의 방식이 아닙니다. 폭력과 무력에 의해 이룩되는 평화는 불완전합니다. 평화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평화란 정의에 바탕을 두고, 생명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우리 교회와 공동체는 평화를 빌미삼아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무력과 폭력을 확고하게 배격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이 땅에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무력과 폭력을 제외한 다른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보고, 최선의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협력을 아끼지 말 것을 모든 이들에게 촉구합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이런 심각한 사태를 처리하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합니다. 캠프 캐롤 영내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증언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납득할만한 조사는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조사를 요구합니다. 수질검사나 토양검사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의혹을 풀 수 없습니다. 증언자들이 제시한 장소를 발굴하여 무엇이 묻혀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또한 조사결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누가 보아도 신뢰할 수 있는 민간인 조사단이 참가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침묵과 봉쇄를 깨고 나온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기를 촉구합니다. 비록 인간의 눈과 귀는 속일 수 있을 지라도, 모든 것을 샅샅이 살피시는 하느님은 진실을 알고 계십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이 사태를 처리하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외면하거나 은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밝히고 원래 그대로 되돌려 놓기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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