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서원 50년은 이석진(그레고리오) 수사신부, 고용권(토마스) 수사 등 두 수도자에게 "곁눈질만 하고 살았다"는 회한으로 남는 듯싶다. 그러면서도 "남 탓 하지말고 자신만 똑바로 살면 된다"고 후배들에게 고언도 건넨다.

　전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입회, 1960년 4월 5일, 5월 7일에 각각 첫 서원을 한 이석진 신부와 고용권 수사가 수도서원 50주년 금경축을 맞았다. 축하미사는 10일 오전 10시 30분 왜관수도원 성당에서 거행된다.

　현재 왜관 피정의 집과 구미가톨릭근로자 문화센터 책임을 맡고 있는 이 신부는 한국교회 초창기 농촌사목을 일군 선구자다.

　1963년 12월 20일 사제품을 받은 이 신부는 김천 평화동ㆍ성주본당 보좌, 함창본당 보좌 겸 퇴강본당 임시주임을 거쳐 구미본당(현 원평본당)에 부임한 뒤 전국 가톨릭농촌청년회를 창설하고 지도신부로 활동했다. 이후 6년간 전국 농촌을 다니며 농촌사목에 몰두했고, 1968년엔 전국 농촌사목 협의회를 설립했다. 원평 지산들에 6만6115.7㎡(2만 평) 규모 협업농장 및 양송이 농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국내 최초로 농촌 신협운동을 전개, 왜관신협과 분도신협, 선산신협 등을 설립했다.

　이뿐 아니라 부산 명상의 집 원장, 왜관본당 주임, 왜관수도원 청ㆍ지원자, 유기서원자 지도, 김천 황금동ㆍ구미 신평동ㆍ왜관 석전ㆍ대구 대명동ㆍ약목본당 주임으로 헌신했다. 일흔 다섯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왜관 피정의 집 책임을 맡아 청년과 중ㆍ장년층을 위한 수도체험학교를 기획,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신부는 "50년을 수도자로 살고보니 제가 산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저를 살게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님께서 운전하시는 차에 편승해 살아왔기에 부끄러울 뿐이다"고 고백했다. 또 "몇 번이나 쟁기를 잡고 뒤돌아보곤 했지만 예수님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놓았다.

　인천 태생으로 원산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1947년 가족과 함께 월남한 이 신부는 부산에서 부두노동자로 살면서 초량본당에 다니던 중 1954년 3월 왜관수도원에 입회, 1960년 첫 서원을 하고 1962년 4월 종신서원을 했으며 사제품을 받고 나서 농촌 및 본당 사목에 주로 헌신했다.


　1922년 평양 태생으로, 평양교구 관후리본당 출신인 고용권 수사는 평양 제8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중 1951년 12월 1ㆍ4후퇴 때 징집을 피해 동생 고선원(데레사,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수녀와 함께 월남, 매괴초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다가 36살 때인 1957년 5월 왜관수도원에 입회했다. 교사로 재직했던 인연 때문인지 수도원에서도 12년간 고 김윤주(아우구스티노) 편집장과 함께 출판사도직에 헌신했다. 1980년대엔 분도출판사 서울지사 상무와 서울지사장, 전무도 지냈다.

　수도회 장상에게서 신학교에 가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받았지만 고 수사는 평생 한눈을 팔지 않고 오롯이 수도생활과 기도, 노동에만 매달렸다. 원내 농장에서 벼농사와 함께 설탕 원료였던 스테비아 재배도 그의 몫이었고, 왜관 본원과 서울 분원 재정 담당도 지냈다.

   지금은 기도생활과 렉시오 디비나에 전념하며 수도원에 선물로 들어온 양란 화분 11개를 보듬으며 난을 키우는 재미로 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간 제가 뭐했나 싶어요. 다시 수도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면 허송세월하지 않고 묵묵히 기도하고 땅만 파면서 살고 싶어요. 수도원 규칙에 충실하고 기도생활에 충실하면 되지 않겠어요?"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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