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계속, 저를 왜관 수도공동체 장상으로 선택하신 하느님 뜻이 무엇인지 찾고자 노력하겠습니다."

　7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5대 아빠스에 선출된 박현동 아빠스는 마음이 무거운 듯했다. 한국의 성 베네딕도회가 아빠스좌가 된 지 100주년이 되는 기념의 해에 새 아빠스로 선출된 중압감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박 아빠스는 선출 당일 아침 독서에서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께서 몸소 해주시리라"(시편 37,5)라는 말씀을 대하며 주님께 의탁하는 마음으로 아빠스직을 수락했다고 고백했다.

　"하느님께선 부족한 저를 정말 놀라게 하셨습니다. 공동체 안에는 연륜이 있는 분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저를 뽑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저와 공동체가 함께 찾아야 할 숙제이겠지요."

　1909년 국내에 진출한 베네딕도 수도회의 맏형인 왜관수도원을 이끌게 된 박 아빠스는 우선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선교 베네딕도회(Missions benediktiner)'로서 베네딕도회다운 공동체 수도생활과 전체 교회의 선교사명 수행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 아빠스는 그러나 "오늘날 수도 공동체 안에서도 개인주의 성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공동체 생활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고민하면서 이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하느님을 찾도록 함께 영적 여정을 걸어 가겠다"고 말했다.

　성소 계발 문제에 대해서도 박 아빠스는 "수도 공동체 생활이 일생을 바쳐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우리 공동체가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성소는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아빠스는 이어 "우리 베네딕도회가 왜관에 정착한 지 61주년을 맞아 그간 공동체가 실천해온 사도직에 대해 새롭게 식별해야 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도자 각 개인이 열심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으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전 공동체 회원들과 함께하는 가운데서 식별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전제도 달았다.

　박 아빠스는 또 해외 선교와 관련해 "최근 들어 선교지에 나가 오랜 기간 선교를 하고 싶다는 젊은 형제들도 나오고 있는데, 이같은 생각이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특히 아시아 선교가 시급한 만큼 현재 연합회에 소속돼 있는 필리핀 디고스수도원이나 인도 쿠밀리수도원 등을 거점으로 우리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아빠스는 그러면서도 영적 위기를 겪는 현대인들을 위한 사도직, 즉 청년ㆍ중장년ㆍ노년층, 가족들을 위한 수도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켜 여건이 허락한다면 1~2주간에 걸쳐 평신도들이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1992년 경북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뒤 수도원에 입회, 울릉도 출신으로 네 번째 사제가 된 박 아빠스는 "입회 전 대구 대명동본당에서 진문도 신부님이나 허창수 신부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도생활을 접하며 '여기가 내 살 집이구나' 싶어 베네딕도회 수도자로 살게 됐다"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언제나 하느님 도우심에 의탁하며 해야 할 일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