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예수

이즈음 수도원 정원은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무더위가 한창일 때는 새로운 계절이 전혀 오지 않을 것만 같아
숨이 막혔는데, 요즈음 아침 저녁으로 매우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답니다.
역시 흘러가는 시간을 아무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처음으로 여는 영성강좌인 2010년 후반기 성독 2개월 프로그램(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시작함)이 지난 토요일(10월 2일)에 처음으로 시작하였답니다. 전국에서 30여명이 모여와, 예전에 지원기와 청원기의 형제들이 사용하였던 수도원 내의 마오로관에서 첫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의와 구체적인 기도 실습의 시간과 그리고 수도자들과 함께 저녁 성무일도를 봉헌하고, 다음 주 토요일을 기약하며 각자의 삶이 자리로 되돌아갔습니다.

참석하신 분들 중에는 멀리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분들은 수도원에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하여 아침 일찍 출발하여야 했답니다. 그리고 강의와 저녁 기도를 마치고 다시 당일 날 서울을 향해 먼 길을 떠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함에도 기꺼이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셨습니다.  

첫 날, 저녁기도를 마치고 나오자 밖에는 억세게 내리는 비 때문에 저마다 돌아가시는 길이 편안하지 않았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3시간 40분 동안의 여정을 하루 피정으로 삼고 고요한 가운데 말씀에 집중하는 은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참석하신 몇몇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분은 성경공부 그리고 여러 피정을 두루 다녀보았는데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영적인 갈증에 목말랐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주보를 읽다가 소개 된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를 보고, 어쩌면 이것이 나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즉시 신청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배우자가 예전에 성독 피정을 받고 오더니 아주 열심하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는데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직접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였다고 한 분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저마다 다 다른 동기와 이유로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였지만 공통점은 모두가 영적인 것들에 갈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수도원에서 시작하는 이러한 작은 영적인 나눔인 성독 프로그램이 길을 찾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 모두의 기도를 특별히 청합니다.

2010년 10월5일
허 가브리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