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소식

  (11월 공동체 기도: 돌아가신 수도 선배들을 위하여)

1. 종신서원자 연례피정

 8일(월)부터 13일(토)까지 종신서원자들의 연례피정이 부산 명상의 집에서 있었다. 이번 피정에는 노트겔 볼프 수석 아빠스가 “한국진출 100주년을 맞이하여 아빠스 프리마스가 보는 베네딕도회 수도승 영성과 왜관 공동체에 바라는 수도승 생활”에 관해, 두 봉 레나도 주교가 “베네딕도회 수도승으로서의 선교 영성”에 관해, 우리 신학 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박영대 베네딕도 형제가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과 과제”에 관해, 연구위원으로 있는 엄기호 미카엘 형제가 “신자유주의와 삶의 파탄”이라는 여러 가지 주제로 강의를 위해 수고해 주었다. 여러 가지 주제로 피정에 임했던 만큼 종신서원자들에게 여러 모로 좋은 계기와 영적 성장의 좋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2. 연합회 교육 주간

 8월 6일(월)부터 9월 29일(일)까지 약 2달 동안 연합회 교육 주간에 참석하였던 김 이레네오 수사와 강 피델리스 수사, 고 이사악 신부가 10월 7일에 무사히 귀국하였습니다. 이 모임은 2년마다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개최되는데, 연합회 역사와 선교 사명 등에 관하여 강의와 토론의 시간을 갖고, 연합회 여러 수도원에서 온 형제들과 친교를 나눈다. 자세한 것은 고 이사악 신부의 연합회 교육 주간 후기를 참조하기 바란다.

3. 건축계획과 설계예산에 대한 장로회의 및 참사회의

 23일(화)에 건축계획에 대한 장로회의와 참사회의가 같은 날에 있었다.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1차 장로회의에서는 아빠스의 편지에 대한 건축 계획을 논의하였고, 오후 2시부터 3시간 30분 동안 아빠스 편지에 대한 결과와 새 건축안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하고 결과적으로 현 성당 자리에 새 성당을 건축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또한 설계예산에 대한 회의가 이루어진 제 2차 장로희의는 참사회의가 끝난 후 곧바로 이루어졌으며, 심의예산을 통과하였다.

4. 한국 베네딕도회 양성 담당자 모임

 한국 베네딕도 양성 담당자 모임이 17일(수)부터 18(목)까지 양일간 서울 베네딕도 수녀원 상지회관에서 있었다. 이번 모임에는 5개 공동체(서울 수녀원, 왜관 수도원, 고성 올리베타노 수도원, 마산 트라피스트 수녀원, 부산 올리베타노 수녀원,) 등 약 30명의 양성 담당자들이 참석을 하였다. 우리 수도원에서는 이 사바 신부, 류 디도 신부, 고 이사악 신부가 참석하였고, 모임에서는 베네딕도회 양성 담당자들의 친교 및 양성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에 대하여 다루었고, 강의, 산보, 회의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베네딕도회의 발전을 위해 또한 양성중에 있는 이들을 위해 힘쓰는 양성 책임자들에게 격려의 기도를 거듭 부탁드린다.

5. 수련수사 요셉 수도원 방문

 이 사바 신부와 강 알빈 수사와 4명의 수련수사들이 1일(월)부터 5일(금)까지 4박 5일간 요셉 수도원을 방문하였다. 매년 수련수사들의 요셉 수도원 방문으로 작은 힘이지만 배 수확에 늘 도움을 주고 있다. 수련수사들은 요셉 수도원을 방문하고 이 사바 신부의 안내로 절두산 순교성지와 서울 장충동 분원 등 서울 구경을 했다고 전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요셉 수도원 방문 후기를 참조하기 바란다.

6. 아빠스님 동정

1) 15일(월)부터 시작된 추계 주교회의에 참석하신 후 19일(금) 오전에 귀원하였다.

2) 27일(토)에 계산성당에서 열린 김영환 베네딕도 몬시뇰의 금경축 기념미사에 참석하였다.

3) 함 가시아노 신부의 병원 입원으로 마산 트라피스트 수녀원에 30일(화)부터 미사 봉사를 하였고, 11월 1일(목)에 귀원하였다.

7. 형제들의 근황

1) 본국 휴가를 떠났던 장 엘마르 신부가 5일(금)에 건강한 모습으로 귀원하였다.

2) 종신서원자 연례피정 중 김 로마노 수사가 지네에게 물려 원장신부와 류 에프렘 수사가 동행하여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피정에 다시 임하였다.

3) 15일(월)부터 17일(수)까지 3일간 금남 논에서 추수 작업이 있었다. 반 젤라시오 수사를 주축으로 하여 정 다윗 수사, 강 알빈 수사, 류 디도 신부와 수련원 형제들이 추수를 위해 수고해주었고, 김 로마노 수사는 기계 정비를 위해 수고해주었다.

4) 주 보나벤뚜라 수사가 독일인 그룹 안내 봉사를 위해 15일(월)부터 19일(금)까지 부산에 다녀왔고, 같은 날 김 마르첼리노 수사와 박 안셀모 신부가 꽃동네에서 열린 중년기 교육에 참석하고 18일(목)에 귀원하였다.

5) 18일(목)에 박 루카 수사가 동행하여 주방 자매들과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6) 22일(월)에 강 고르넬리오 수사와 금속공예실 2명의 형제가 경주 엑스포를 관람하고 돌아왔다.

7) 마산 트라피스트 수녀원 지도 신부로 있는 함 가시아노 신부가 24일(수)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창원 파티마 병원에 입원하였고, 아빠스와 류 디도 신부가 오전 10시경 창원으로 출발하였으며, 류 디도 신부가 27일(토)까지 수녀원 미사 봉사를 하였고, 28일(일)부터는 고 이사악 신부가 미사 봉사를 위해 수고해 주었다. 병원에 입원중이신 함 가시아노 신부가 하루 빨리 병석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형제들의 기도를 부탁드린다. 또한 번갈아가며 불철주야 병간호를 하고 있는 형제들에게도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린다.

8) 본국 휴가 차 한국에 귀국했던 김 사무엘 신부가 29일(월)에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9) 31일(수)에 류 디도 신부와 청원 형제들이 화순 수도원을 방문하고 11월 1일(목)에 밝은 모습으로 귀원하였다.

8. 손님

1) 경북 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칠곡 군청을 통해 수도원을 방문한 기자 3명을 원장 신부가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수도원 안내를 하였다.

2) 1일(월)에 대구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의 새 원장으로 선출된 마리 루멘 수녀가 22일(월) 오전 10시경 우리 수도원을 방문하여 아빠스와 원장 신부를 접견하였다.

3) 광주대교구의 한 베네딕도 신부가 27일(토)에 수도원을 방문하여 저녁 식사와 주일 점심식사를 공동체와 같이 한 뒤 떠났다.

9. 기타

1) 15일(월)에 수도원 홈페이지가 새로 개편되었다.

2) 분도 노인마을에서는 10월 9일(화)에 노인분들과 직원들이 함께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약 30명이 풍성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였고, 엑스포 행사를 통한 문화 탐방의 기회를 가졌다. 또한 이번 10월 중에 어르신 2분이 선종을 하였다고 한다.

# 첨부 1 : 2007년 연합회 연구 주간 참가 후기 - 고 이사악 신부

# 첨부 2 : 수련수사 요셉 수도원 방문 후기 - 장 아론 수련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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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연합회 연구주간 참가 후기

고 이사악 신부

  연합회 연구주간, 나는 그저 ‘이번 여름을 독일에서 시원하게 보내겠구나’하고 내심 짐작했다. 아니 놀러간다고 약간 신이 나기도 했다. 지금까지 연구주간에 참가했던 수사님들도 그렇게 말들을 했고, 오틸리엔 수도원에 있을 때 연구주간 참가자들을 보면서도‘아, 놀러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연구주간을 쉬엄쉬엄 놀러나 다니는 연수처럼 생각했다. 그리고 연구주간을 이용하여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이번에 화재를 겪으면서 사무실을 두 차례나 옮겼고, 그 와중에 사제 서품을 준비했고, 서품 후 전국을 돌며 첫 미사를 드리면서 쉴 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에 도착하던 날부터 일이 꼬였다. 내 가방이 뮌헨공항에 도착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분실신고를 하고 밖으로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자정 넘어 새벽으로 가고, 전철도 끊어졌고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 순간 방송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오고 중앙 안내실로 오라고 했다. ‘중앙 안내실이 어디야?’물어 물어서 가보니, 낯이 익은 오토 수사(이번 연구주간 보조 진행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 미리 받은 편지에는 선교 총무부에서 일하는 신부님이 마중 나오기로 되어있는데 내가 아는 바로는 그분이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간에 우여곡절 끝에 오틸리엔 수도원에 도착하니 새벽 2시경, 그렇게 2007년 연합회 연구주간 첫날이 시작되었다(2007. 8. 7. - 2007. 9. 29.).

  잠시 눈을 부치고 일어나자마자 미사와 아침기도를 드리고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연구주간의 전반기는 주로 수업을 들었다. 오전 내내 수업을 들었고, 오후에는 3시 반까지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전례성가 연습이나 회의를 하거나 운동을 하였다. 수업은 선교학, 연합회 역사, 연합회 창립자 생애, 아프리카 교회 역사, 동아시아 교회 역사와 종교 상황, 공동체 영성, 연합회 재무상황, 연합회 행정구조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연합회의 특성과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낮에는 주로 수업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끝기도가 끝나면 각 수도원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참가한 수도원은 아프리카 8개, 독일 2개, 아시아 2개, 남아메리카 1개 수도원으로 참가자 인원이 총 25명이었다(진행자인 져스틴 아빠스 포함). 이 시간을 빌어 각 공동체의 실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었고, 우리도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공동체 전반과 화재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우리의 프레젠테이션은 특히 아프리카 형제들에게 코리안 드림을 심어주었다고 평가받았다.

  공동체 소개 시간이 없는 날에는 끝기도가 끝나면 간단히 지하에 있는 바(Bar)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담화를 할 수 있었다. 역시 남자들 사이에는 술이 들어가야 통한다는 사실은 만국공통의 정서였다. 첫날부터 각 나라 대항 노래자랑이 시작되었고, 이후 닥터 슈튜벨(지하 바의 애칭)은 참가자의 끊임없는 방문을 받았다. 가끔 술자리에 총아빠스께서 오시면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고 여기에 아프리카 특유의 노래와 춤이 곁들여 지면 거의 광란의 상태가 되기도 하였다. 연구주간 동안에 져스틴 아빠스께서 서원 40주년을 맞으셨고, 토로로 수도원에서 온 힐라리 수사가 서원 갱신을 해서 조촐한 축하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끝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다. 가면 갈수록 소위 문화적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지면상 자세한 사연은 다룰 수 없으나, 대체로 아프리카 지역 형제들이 불평이 많이 제기하였다. 사실 우리도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모자란 영어실력 때문에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차갑고 소박한 독일 음식과 빡빡한 일정과 참가자들의 동의 없이 일정이 바뀌고 그리고 강사진이 전부다 독일 사람이라는 것이 불만의 대상이었다. 사실 일정이 주말까지 너무 빈틈이 없이 짜여있어서 참가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수업 말고도 주말에는 견학을 다녔는데, 피히테 수도원에서 4박 5일, 보이론 수도원에서 1박2일, 오토보이론 수도원과 마리에나우 카르투시안 수도원, 맥주로 유명한 안덱스 수도원, 뮌헨 시내, 다카우 수용소 등 거의 매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지겨워질 만하니,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 있는 수도원으로 두 주간 체험을 떠났다. 나는 피델리스 수사와 스위스 우쯔낙에서, 이레네오 수사는 슈바이클 베르크에서 지냈다.

  수도원 체험이 끝나고 다시 오틸리엔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게르노트 아빠스 장례식에 참석하고 베쏘부룬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예전에 오틸리엔 수도원 농장으로 분원 정도의 공동체가 있었던 곳이다. 거기에 슈틸레 호프(침묵의 집)이라는 건물에서 일주일간 보내면서 그동안 했던 프로그램을 되돌아보고 개선할 사항을 찾아보았다. 모든 수업과 일정을 점검하면서 거기에서 느끼고 배웠던 점과 개선되어야할 사항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지루하고 힘든 과정인데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두면서 참가자들의 의견을 빠짐없이 듣던 져스틴 아빠스 태도가 돋보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종일 이 작업을 했는데, 하루는 총아빠스께서 직접 오셔서 진행하셨다. 총아빠스께서는 자신이 연합회 연구주간을 처음 기획하고 진행하셨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는데, 성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고, 오틸리엔 공동체에도 일종의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베쏘부룬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에 오틸리엔으로 되돌아왔고, 다음날 고국으로 떠나는 형제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다섯 차례에 걸친 경험으로 노련하게 프로그램을 이끈 져스틴 아빠스가 이런 말씀을 자주했다. “자기 자신을 바로 보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누구인지 확실해 진다”이 말씀에 공감을 표한다.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하여 내면적인 탐구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바로 남과 같이 있을 때 자신이 누구인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같이 사는 이유이면서 다른 이들의 삶도 한번 살펴보아야만 하는 이유이다. 연구주간 동안 수업을 통하여 그리고 다른 연합회의 수도원을 방문하면서 우리 연합회의 실체와 특성이 한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연합회 내에서 급격히 부상된 우리 수도원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위상에 부응할 수 있게 능력과 자질을 갖추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교에 대한 개념이 본당사목과 사회사업 위주에서 점차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생활이 보여주는 영성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참가자들의 생각도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다음 참가자들에게 한 마디 당부, 영어를 열공하고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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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수사 요셉 수도원 방문 후기

장 아론 수련수사

수확의 시기가 돌아 왔다. 그만큼 우리의 수련기도 이미 반환점을 제법 지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월 1일 우리는 수련자의 필수 업무인 빨래를 마치고 요셉수도원을 향해 떠났다. 빨래가 끝나는 대로 바로 출발하여 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휴게소에서의 점심이 부실한 감이 있었지만 떠나는 마음의 즐거움이 모든 것을 만족스럽게 하였다.

 서울 인터체인지를 지날 때는 경남지역에 본적을 두고 있는 모든 수련자들이 잠에서 깨어 그 순간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 하는 듯했다. 안토니오 수련수사는 한쪽에서 어설픈 서울말을 연습하고 있었고 다른 수련자들은 서울이라서 그런지 차들도 사람들도 무엇인가 다른 권위가 느껴진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는 요셉 수도원에 도착했다. 웅장한 바위를 내놓고 있는 불암산에 안겨있는 듯한 요셉수도원은 산의 웅장함 때문인지 비교적 고요하고 아늑해 보였다. 배농사를 주업으로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토록 배밭이 넓은지는 몰랐다. 이 넓은 배밭을 수사님들이 어떻게 관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배를 보면서 마음한견으로 우리 수련자들의 요셉 수도원 방문 일정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수사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피정의 집을 숙소로 배정 받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수도원 본관과 성당 그리고 새로 지은 피정의 집을 구경하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도원을 찾고 피정을 하고 있었다. 요셉수사님께서는 언제나 손님과 피정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세상에서 영적 갈증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의 그것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는 우리의 역할이 다시금 대두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수도원을 돌아보고 있는데 수련장 신부님께서는 그새 작업복 차림을 하고 일하러 가자고 하셨다. 아직 수도원도 다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천천히 빨래하고 쉬엄쉬엄 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 일손이 되어 주기 위함임을 되새기며 기쁜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고 일터로 나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배를 따서 담아 놓은 박스를 트랙터에 실어 창고로 옮기는 일 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의욕에 넘쳐 미소를 잃지 않으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와 팔이 쑤시기 시작했고 새로운 아침을 맞을 때마다 피로는 더해졌다. 그래서 요한 수사님께 이런 일 하신다고 힘드시겠어요 하니 수사님께서는 수련자들이 왔기 때문에 이런 일 한다고 말씀하셨다. 수련자가 이 시기에 오는 이유가 있다고 하며 수련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하셨다. 그러면 우리가 가고 나면 나머지 박스들은 어떻게 나르냐고 물었더니 그때는 아래 있는 군부대에서 대민 지원을 받는다고 하셨다. 수도원의 꽃들인 우리들은 순간 대민지원 나온 군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3일간 오전 오후로 열심히 일하며 처음에는 텅 비어있던 창고에 배박스들이 들어차는것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도움을 주고 있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요셉 수도원에서 하는 3시경과 9시경도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국악풍의 3시경이 기억에 남는다. 마르코 수사님의 리듬감 있는 목소리가 3시경 가락과 잘 어울렸다.

 이렇게 우리는 요셉수도원에서 일하고 기도하며 4일을 보내고 10월 4일 오전 서울 분원을 향해 떠났다. 서울 분원은 요셉수도원과 또 다른 분위기였다. 서울 분원은 도심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이 다소 산만했지만 수도원정문을 들어서자 정원과 녹지가 어울려 있는 수도원은 차분하고 잘 정돈된 분위기였다.

 서울분원에 도착하자 우리는 수사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서울 나들이를 나섰다. 우선 명동성당을 구경하고 시청에서 청계천을 따라 종로 까지 걷고 인사동 골목을 걸었다. 후고 수사님이 길 동무가 되어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다.

 오후에는 절두산 순교성지로 이동했다. 절두산 성지의 주임신부님이신 변우찬 신부님께서 직접 성지 안내를 해 주셨다. 성지에는 순교자 납골당과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에는 귀중한 유물과 자료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여러 성지를 가보았지만 그렇게 많은 유물을 보고 설명을 들은 적은 없었다. 그만큼 선조들의 순교열정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돌아보고 성전 지하에 있는 순교자 납골당에서 잠시 기도를 드린 다음 우리는 서울분원으로 돌아왔다. 수사님들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분원을 방문한 수련자들을 위해 특별히 소고기를 준비해 주셨다. 수사님들은 수련자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고기도 먹는다며 자주 오라고 하셨다.

 저녁식사 후 끝기도를 마치고 우리는 수사님들과 함께 남산타워에 갔다. 남산타워에서 바라보는 서울야경에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는 찬바람을 맞으며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야외에서 따뜻한 모포를 뒤집어쓰고 야경을 바라보며 음악과 함께 먹는 맥주 맛이란 어떻게 말로 설명이 될까... 우리는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기며 분원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본원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였다. 수사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차에 올랐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흐렸던 날씨가 그날따라 얼마나 맑고 바람이 신선하던지 우리에게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를 대신하여 전례봉사와 세기를 하고 있을 수사님들과 청원형제들을 생각하며 좋은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우리의 자리고 기쁘게 돌아가기로 하였다.   

 요셉 수도원과 서울분원을 방문하면서 같은 수도원의 분원이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역과 상황에 맞게 하느님을 찾고 또 하느님을 전하는 분원의 삶을 보면서 베네딕도회의 특징이 분별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아울러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수사님들을 보면서 나도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자리, 이 시간에 충실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