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원 소식

1. 정기 형제들 모임

사부 성 베네딕도 대축일을 맞이하여 7월 9일(월)부터 11일(수)까지 왜관 본원에서 정기 형제들 모임이 있었다. 이번 모임은 다음달 22, 23 양일 간에 있을 아빠스 선거를 앞둔 공동체 모임이자 또한 공동체의 미래와 관련되는 몇 가지 중요한 안건들을 토의하여 결정해야 했던 모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지닌 모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모임의 구체적인 내용을 날짜별로 정리해 보았다.

1) 첫째 날

먼저 첫째 날인 7월 9일 오후 2시 원장 신부의 개회인사에 이어 허 가브리엘 신부의 "수도승 전통 안에서 Lectio divina"(이하 LD)에 관한 강의가 있었다. 강의는 크게 1) LD의 개념 2) LD의 대상 3) LD의 역사 4) 귀고 2세에 따른 LD의 단계 5) LD의 실제 순으로 진행되었다. 가브리엘 신부는 특별히 수도승 전통 안에서 LD가 차지하는 중요성과 그 구체적인 수행법을 소개하였고, 동시에 오늘날 우리 수도생활 안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법을 나름대로 제시하였다(별지 1 참조).

공동체의 두 가지 주요 현안이었던 '새 공동체 설립' 및 '미국 뉴튼 수도원 형제 파견'에 관해 애당초 7월 9일 오후 참사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안건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있었던 장로회에서 아빠스 선거 이후로 유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참사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대신 원장 신부로부터 뉴튼 수도원 방문 결과보고 등 대략적인 경과보고만 있었다. 또한 새 공동체 설립 추진 위원장인 서 알벨또 신부로부터 지난 6월 4일자 공문(왜수 2001-13: "새 수도원 설립에 관한 형제의 의견 수렴")으로 배부된 "새 수도원 설립에 관한 설문지" 종합 결과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유기서원자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는 총 71명으로 이중 종신서원자 59명(성직수사 20; 평수사 39), 유기서원자 12명이다.

설립 추진위원회에서 7월 9일 오전에 있었던 장로회에 새 공동체 설립에 관한 문제를 새 장상 선출 이후로 유보하도록 제의하였고 이 제의가 장로회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어서 최 이시도로 신부로부터 뉴튼 수도원 분원 설립 건에 관해 장로회에서 논의된 결과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장로회에서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 문제, 주위의 다른 수도원들이 폐쇄된 상황, 경제적인 문제 등 있을 수 있는 가능한 부정적 측면들로 인해 현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여 새 장상 선출 이후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끝으로 진 토마스 신부로부터 제4차 평생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결과 보고가 있었다. 이번 역시 성공적으로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 위원들 간에 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날 끝기도 후에는 지난 6월 19일 중국 길림에서 있었던 코첸 성당 봉헌식과 그 다음날인 20일에 팔도구 성당에서 거행된 권혁화 바오로 수련수사의 부친 권오민 바오로 옹의 장례미사 광경을 담은 비디오를 시청하였다.

2) 둘째 날

이날 모임은 지난 5월 28일 장로회의 결정에 따라 구성된 "아빠스 선거를 위한 예비 모임 준비위원회"(위원: 이 시몬 신부, 박 펠릭스 수사, 허 로무알도 신부, 박 시메온 수사)의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오전 9시 진 토마스 신부의 "아빠스 제도"에 관한 강의로 시작하여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그룹토의와 종합발표가 있었다. 먼저 진 토마스 신부는 아빠스란 말의 유래, 성 베네딕도가 생각한 아빠스, 역사상 아빠스의 역할, 그리고 끝으로 현재의 아빠스의 역할에 대해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이야기하였다(별지 2참조).

강의 후 곧바로 한 조에 대개 9명씩 8개조로 나누어 그룹토의가 진행되었는데, '우리 경험에 비추어 아빠스 제도와 관리원장의 장.단점'에 대해서 함께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전체적으로 모여 각 조별로 토의된 내용을 발표하였다. 오후에도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아빠스의 무기한제와 임기제의 장.단점'과 '퇴임 아빠스의 바람직한 거취문제'에 대해서 각자 생각하는 바를 함께 나누었다.

오후 종합발표 후, 지난 총회에서 변경된 회헌 제118조에 따라 이번 아빠스 선거에서 12년 임기의 아빠스 혹은 무기한 아빠스를 선출할 것인지를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이번 아빠스 선거에서 무기한 아빠스를 선출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날 저녁에는 수도원 안 정원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올해 축하를 받는 형제들을 위한 합동축하식을 갖았다. 수련원 형제들과 선별된 초청 가수들의 노래, 그리고 김 베네딕도 수사의 멋진 춤은 축하식 분위기를 한층 돋우어 주었다. 이번 모임에는 근래 들어 가장 많은 형제들이 참석한 것처럼 보인다.

3) 셋째 날

마지막 날인 7월 11일에는 오전 10시 30분 김 요한 보스꼬 원장 신부의 주례로 사부 성 베네딕도 대축일 미사를 함께 거행하였다. 이날 많은 봉헌회원들도 참석하여 한 베네딕도회 가족으로서의 일치를 다지는 기회를 가졌다. 모임은 미사 후 이어진 오찬과 더불어 끝을 맺었다.

2. 형제들 근황

1) 1997년 1월 16일부터 순심교육재단 사무국장으로 일해오던 김 에드몬드 수사가 7월 23일부로 분도출판사로 인사이동되었다.

2) 금속공예실의 송 후고 수사는 필리핀 한인본당에서 주문한 감실 수리 관계로 지난 7월 4일(수)부터 7월 9일(월)까지 필리핀을 다녀왔다.

3) 미국 피츠버그에서 있었던 천주의 섭리 수녀회 총회에 통역차 지난 6월 20일(수) 출국했던 현 바르톨로메오 신부가 7월 23일(월) 귀국하였다.

4) 허 가브리엘 신부는 7월 30일(월)부터 8월 2일(목)까지 청주 교구청 연수원에서 주교회의 산하 성서 사도직 수녀들을 대상으로 "반추기도" 피정지도를 하였다.

5) 김 마인라도 수사는 7월 23일(월) 파티마 병원에 입원하여 7월 24일(화) 방광 수술을 받고 7월 28일(토) 퇴원하였다.

6) "연합회 연구주간"(Congregation Study Weeks) 참석에 앞서 언어 공부차 지난 5월 27일(일) 영국으로 출국한 박 안셀모 부제와 박 블라시오 부제가 두 달간의 언어과정을 마치고 7월 28일(토)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으로 갔다. 앞으로 이들은 7월 29일(일)부터 9월 23일(일)까지 있게 될 CSW에 참석하고 9월 24일(월) 귀국할 예정이다.

3. 수련원 소식

1) 최 이시도로 신부와 유기서원자 16명은 지난 7월 17일(화)부터 7월 20일(금)까지 3박 4일간 경남 거제 본당 관할인 학동 공소로 하계 공동휴가를 다녀왔다. 그리고 인 끌레멘스 신부와 지.청원자 11명은 7월 30일(월)부터 8월 4일(토)까지 진도 오산 공소로 공동휴가를 떠났다. 수련자들은 8월 6일(월)부터 8월 20일(월)까지 원내휴가를 하게 된다.

2) 지난 7월 6일(금) 지원자 추남용 다비오 형제와 최형철 스테파노 형제가 성소문제로 수도원을 떠났다.

4. 옛 형제들의 모임

7월 7일(토)부터 7월 8일(일)까지 왜관 피정의 집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옛 형제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번 모임은 이 니꼴라오 부원장 수사가 준비하였는데, 작년과는 달리 피정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일정도 강의와 기도, 그리고 친교의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기도는 모두 수도원 공동기도에 참가하였고, 7월 7일(토) 끝기도 후에는 피정의 집에서 몇몇 우리 형제들이 참석한 가운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7월 8일(일) 주일미사 후 10시 40분에 피정의 집에서 김 요한 보스꼬 원장 신부의 주재 하에 회의가 있었다.

원장 신부는 먼저 이 모임에 대한 간략한 설명 후, 무슨 기대로 이 모임에 왔으며, 또 그 소감은 어떠한지 각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참가자들은 '옛 형제들을 만나보기 위해서', '수도생활에 대한 향수 때문에', '한번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기 위하여',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하여', '잊혀졌던 것을 되새기기 위하여' 등을 이 모임에 참석하게 된 동기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대부분 이번 모임이 좋았다고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이어서 원장 신부는 이 모임이 앞으로는 본인들 자체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따라서 어떤 조직 구성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참석자 모두 이에 동의하여 내년 모임을 위한 준비위원 선정 투표를 한 결과 김현동, 배정호, 이상배 형제가 선정되었다. 따라서 차기 모임부터는 옛 형제들 자체적으로 준비하게 되며, 내년 모임 날자는 7월 6일-7일로 결정되었다.

이번 모임 참석자 수는 모두 26명으로, 이 가운데 덕원 수도원 출신자가 2명(작년엔 1명)이 있었고, 수련을 받지 않고 퇴원한 형제들 3명이 포함되어 있었던 점이 작년 모임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5. 순심교육재단 소식

지난 7월 10일(화)부터 7월 15일(일)까지 "모두 함께 하나로"(All Together One)란 주제로 독일 뮌스터 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제1회 세계 베네딕도회 청소년 대회"가 있었다. 순심교육재단에서는 인솔자 김 바실리오 신부 외 수녀 1명, 교사 1명, 그리고 학생 4명(남고 2; 여고 2) 등 모두 8명이 참가하였다. 이 모임의 취지는 베네딕도 성인의 정신 하에 교육하는 공동체의 모임을 통해 전 세계는 기도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자매임을 확인하는데 있었다. 또한 평화와 사랑의 나눔을 통하여 이 사실을 더욱 공고히 하고, 각자 삶 안에서 그리스도의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였다. 이번 모임에는 전 세계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학교들로부터 여러 그룹이 참석하여 함께 일치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순심교육재단 참가자들은 우리의 전통 놀이인 윷놀이와 재기차기, 그리고 아리랑 등을 선보여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6. 연합회 소식

오틸리엔 수도원의 원장좌 예속수도원으로서 현재 10명의 수도자들이 살고 있는 야콥스베르그 수도원에서 지난 7월 24일(화)에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 화재로 헛간이 전소되었고, 피정집 일부도 연기와 유독성 가스로 인해 손상되었다. 전체 피해 액수는 100만 마르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는 없었고 또 수도원 주요 건물들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7. 손 님

1) 예수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 연길 성당 주임 신부인 조선족 염창원 필립보 신부가 지난 7월 14일(토)부터 7월 16일(월)까지 수도원을 방문하였다.

2) 고려대학교 가톨릭 학생회 소속 15명의 학생들이 7월 23일(월)부터 7월 29일(일)까지 수도원에서 "신앙체화 활동"을 하였다. 이들은 수도원 나눔터와 마오로관, 그리고 손님의 집에 머물며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특별히 수도원의 아침.저녁기도와 미사에 참여함으로써, 또 오전과 오후에 수도원 목공소와 금남 논에서의 노동을 통하여 신앙을 체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3) 고성 올리베따노 수도원 정기 시찰차 한국을 방문한 올리베따노 연합회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Tiribili) 총아빠스와 같은 연합회 소속의 불란서 마일리스(Maylis) 수도원의 프랑수아(François) 아빠스, 연합회 재정담당 야고보(Giacomo Ferrari) 신부가 지난번 새로 원장으로 선출된 이연학 요나 신부와 수련장 류덕현 야고보 신부와 함께 7월 27일(금) 수도원을 방문하여 하루 밤을 지내고 7월 28일(토)에 돌아갔다.

8. 알 림

1) 식당 독서대 새로 단장

지난 7월 16일(월) 식당 독서대와 그 주변을 새로 단장하였다. 이전의 독서대를 치우고 목공소에서 새로 제작하여 설치한 이 독서대는 밑에 단을 세우고 그 위에 의자를 놓고 앉아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기존 오디오 세트와 독서대 옆 식당 기둥까지 하나로 연결하여 보다 편리하고 깔끔하게 단장되었다.

2) 아빠스 선거를 위한 안내

이미 7월 18일자 공문(왜수 2001-16)으로 알려드린 바와 같이 이번 아빠스 선거일정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립니다. 선거 예비 모임은 8월 22일(수) 오후 4시 본원 참사회의실에서 있고, 선거 본 모임은 8월 23일(목) 오전 9시에 예례미아스 총아빠스의 주재 하에 있을 예정입니다. 공동체의 장래와 관련된 이 중요한 선거에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피치 못할 이유로 선거에 참석하지 못하실 경우, 겉봉에 <선거의장 앞>이라 적고 그 사유와 한 사람의 대리인을 적어 8월 14일(화)까지 서무실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공문 왜수 2001-16의 별첨 1. "유의사항" 참조).

공동체는 선거 준비를 위해 8월 13일(월)부터 8월 21일(화)까지 9일기도를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각 분원이나 본당 등 본원 외에 거주하시는 형제들께서도 이에 동참하시길 바라며, 또 개인적으로도 이번 선거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아빠스 선거를 위한 9일 기도문'과 지난 총회에서 변경된 '아빠스 임기와 퇴임 아빠스'에 관한 고유법 118조와 121조를 별지에 첨부하였습니다(별지 3 참조).

2001년 8월 1일

서 무 실

별지 1. "수도승 전통에 근거한 Lectio Divina" 강의 요지

허 가브리엘 신부

머리말

오늘날 Lectio Divina는 여러 용어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요즈음 일부에서는 "거룩한 독서"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약간 다르기 때문에 용어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본인은 오래 전부터 Lectio divina를 "성독"으로 사용해 왔는데, 이는 다음 2가지 이유에서이다. 먼저 '성독'을 한자로 옮기면 聖讀이 되는데, 풀이하면 "거룩한 독서" 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또한 "성서독서"의 줄임말인 "성독"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은 원음 그대로 "렉시오 디비나" 혹은 성독, 이 둘을 함께 혼용해서 사용할 것이다.

요즘 일부에서 언급하고 있는 "거룩한 독서"의 의미는, 엄밀한 의미에서 수도승 전통 안에서 행했던 Lectio Divina의 수행과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본인은 그것과 차별성을 두기 위하여 "수도승 전통에 근거한 렉시오 디비나" 라고 명하며, 오늘 그것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Lectio Divina의 개념

Lectio Divina는 하느님의 은총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수도승들이 순수한 열정과 전존재로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으로 읽고 들으며 음미함으로써 그분의 현존 안에 깊이 머무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도승들은 Lectio Divina를 통해 하느님께서 직접 각 사람에게 말씀하시는 바를 온 힘을 기울여 읽고 귀 기울이고 응답함으로써 수도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였다. 이러한 성독은 수도승 생활에 있어 어떤 부수적인 수행이 아니라, 궁극 목적에로 직접 인도하는 수행이었기에 수도승 전통에서 언제나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수행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노력을 요구한다.

2. 무엇을 읽을 것인가? (내용 생략)

수도승 전통 안에서 성독의 대상은 무엇보다도 먼저 성서였다.

3. 어떻게 읽을 것인가?

쟝 르끄레르(J. Leclercq) 신부는 다음과 같이 2개의 큰 범주로 성서에 대한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1) 학문적인 접근 (the scholastic lectio)

이것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지적인 접근 방법으로서 분석적이고 논쟁적인 측면을 지닌다. 이러한 방법은 오늘날 특히 성서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서를 단순히 지적인 호기심이나 학문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말씀의 본래의 참다운 의미와 영적인 측면을 소홀히 할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이에 대해 토마스 머튼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그는 비록 현대에 수많은 학문적인 성서 연구가 우리의 성서 이해에 도움을 주었지만, 그러나 그 반대로 그러한 시도들은 자칫 잘못하면 성서의 참된 의미로부터 우리의 정신을 혼란시킬 수 있고, 또한 전문적 영역의 건조함으로 인해 성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음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학문적 연구의 단계가 더 깊은 하느님 말씀과의 인격적인 단계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2) 수도승 생활의 접근 (the monastic lectio)

이것은 수도승 전통 안에서 오랫동안 수행되어 온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독서(lectio)는 성서를 머리가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읽는 수행이다. 이러한 독서는 자연스럽게 묵상(meditatio)과 기도(oratio)를 향하며 최종적으로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나아가게 한다.

중세를 거치면서 수도승 전통 안에서 행해졌던 이러한 독서는 차츰 전문적인 연구로 대체되어 갔다. 그래서 빅토르의 후고(Hugh)는 새로운 학문적인 방법을 거슬러 성스러운 독서로서의 렉씨오 디비나의 본래의 의미를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중세의 시토회원이었던 아르놀드(Arnould)도 성서 독서를 할 때에는 단순한 지식(scientia)보다는 참다운 지혜(sapientia)를 찾아야 함을 그의 수도승들에게 늘 강조하였다. 성 베르나르도 역시 성서를 대함에 있어 그것에 대한 단순한 연구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그 안에 몰입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우리가 단순히 학문적인 측면에서만 성서를 읽을 때, 우리는 성서의 참된 생명력 즉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그분을 참으로 느낄 수가 없다. 그러나 수도승 전통에서 행했던 것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성서를 읽는다면 우리는 그 말씀 안에 현존하시며 살아 계시는 참된 하느님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라르킨(E. Larkin)은 성서를 머리가 아닌 우리의 전 존재('our whole Being')로 읽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토마스 머튼 역시 이러한 깊은 단계 즉 말씀 안에서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서만이 성서를 참으로 알게 된다고 말하였다. 그는 이러한 단계가 단순히 학문적인 첫 번째 차원을 훨씬 뛰어 넘는 더 깊은 인격적인 차원임을 제시하고 있다.

4.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의 단계

12세기 카르투시오회의 9대 원장이었던 귀고 2세(+1188)가 그의 저서 『수도승들의 사다리』(The Ladder of Monks)에서 다음 4단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독서(lectio)-묵상(meditatio)-기도(oratio)-관상(contemplatio). 귀고 2세에 의하면 성독의 제일 첫 단계인 독서는 자신의 온 힘을 집중하여 성서를 주의 깊게 읽음으로써 묵상에 사용할 자료를 발견하는 단계이다. 둘째 단계인 묵상은 말씀 안에 숨겨진 진리를 깨닫는 단계를 말한다. 셋째 단계인 기도는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들어 올리고 관상의 감미로움을 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단계인 관상은 우리의 마음이 하느님께 들어올려져서 하느님 안에 머무는 단계를 의미한다. 성독에서 이러한 단계들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독서 없는 묵상은 오류에 빠질 수 있고, 묵상 없는 기도는 쉬이 냉담해 질 수 있으며, 기도 없이 관상에 이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귀고는 말하고 있다. 결국 독서는 묵상을 향하여 있고, 묵상은 기도를 그리고 기도는 관상을 향하여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수도승들이 성서를 읽음은 단순히 읽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언제나 묵상과 기도 그리고 관상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5. 능동적인 독서의 수행

전통적으로 수도승들은 성서를 읽을 때, 오늘날과 같이 단순히 눈과 머리만 이용해서 대충 재빨리 읽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은 성서독서 시간에 성서 본문에 대한 주석이나 구조 분석을 시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은 단순하게 천천히 눈으로 본 내용을 입술로 작게 소리내어 직접 귀로 듣고 또 그것을 기억과 마음에 간직하였다. 이것은 우리의 전 존재를 활용하는 능동적인 독서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대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걷고 달리는 운동과 같은 하나의 훈련으로서 독서를 권장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독서가 인간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는 전인적인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노 성인 시대에도 일반적으로 독서를 소리내어 행하였다는 사실을 우리는『고백록』에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아우구스티노가 암브로시오 성인을 방문했을 때, 그가 책을 읽고 있었는데 혀로 소리내지 않으면서, 눈으로는 책장을 젖히고, 마음으로는 그 뜻을 새겨 나가는 것을 보고 놀랬다고 전하고 있다.

이렇게 독서를 소리내어 읽는 방법은 특히 수도승 전통에서 계속 유지되었다. 베네딕도는 그의 규칙서에서 여름철 동안 제4시-제6시까지 수도승들이 자유롭게 성서 독서를 하도록 배려하였고, 더욱이 제6시경 후에 식사를 마치면 형제들은 침묵 중에 휴식을 취하든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독서를 원하는 사람은 독서를 하되 남에게 방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RB 48,4-5). 즉 그 당시 독서를 한다는 것은 작게 소리내어 읽고 듣는 수행이었다. 따라서 오침(siesta)을 하려 하는 다른 형제들을 방해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성서를 눈으로 보고, 본 내용을 천천히 입으로 작게 소리내고, 그리고 소리낸 내용을 다시 자신의 귀로 귀 기울여 듣는 전인적인 독특한 수행이었다. 장 르끄레르 신부는 이러한 독특한 성서 독서 수행이 중세의 수도원들 안에서도 계속적으로 행해졌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성서 독서에 대해 오스트레일리아의 트랍피스트 수도승인 마이클 캐시(Michael Casey)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서 독서는 마치 시집을 읽는 것과 같다. 우리는 성서 본문을 천천히 읽고, 우리가 읽은 것을 맛보고, 그 본문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길 필요가 있다". 즉 성서를 재빨리 읽지 말고 천천히 소리내어 시집을 읽듯이, 하느님 말씀의 의미를 음미하며 읽으라는 권고이다. 그러므로 능동적 독서의 수행은 단순히 성서를 빨리 읽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더 넓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수도승들은 먼저 성서를 손으로 펼쳐서(손) 성서의 말씀을 보고(눈) 그것을 입으로 작은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입) 동시에 그 말씀을 듣게 된다(귀). 그리고 그것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하루의 다른 시간들 안에서 계속 그 말씀을 되뇌이게 되는데, 이것이 수도승 전통에서 행해졌던 단순한 묵상 즉 '반추기도'이다.

6. 귀고 2세의 묵상의 개념과 반추기도

귀고 2세(+1188)는 그의 저서 『수도승들의 사다리』에서 성독의 둘째 단계인 묵상을 말씀 안에 숨겨진 진리를 깨닫는 단계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본인은 귀고의 묵상에 대한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그의 저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묵상의 개념이 초기 이집트 수도승들이 행했던 단순한 묵상의 개념하고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귀고가 그의 저서 "수도승들의 사다리"에서 묵상을 씹어 분해하는 것이라고 간혹 표현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이해하고 있는 묵상의 개념은 이성의 도움에 의한 정신의 활동(mentis actio) 혹은 숙고(inquirit)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래서 그는 제4장에서 묵상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묵상이란 "거룩한 사람인 욥이 '나는 젊은 여인에 대해 생각하지 않겠노라고 내 눈과 약속하였네'(욥기 31, 1)라고 말할 때, 그가 얼마나 이러한 순결을 유지하려고 애썼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제5장에서 묵상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베다니아의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일어났던 일화(마르 14, 3-9 참조)를 인용하고 있다. 즉 한 여인이 값비싼 순 나르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져와 주님을 위해 깨뜨렸을 때, 우리의 영혼은 미각이 아니라 후각을 통해 그 향기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성 이냐시오가 영신수련에서 "상상의 눈"이나 "상상의 귀"나 혹은 "상상의 코"를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과 같이 우연히도 귀고 역시 그 성서 구절을 묵상하면서 "상상의 코"를 사용함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결국 귀고가 "수도승들의 사다리"에서 제시하고 있는 묵상의 개념은 오늘날 이성과 상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현대의 많은 추론적인 묵상 방법들과 어떤 면에서 비슷한 점이 보인다.

12세기 이후로 스콜라 학문의 발전으로 인해 묵상(meditatio)의 개념이 보다 지성적인 측면을 내포하게 되었다. 그래서 본래의 묵상의 개념은 이제 '생각하는 것'(cogitatio), '고려하는 것'(consideratio), 그리고 '연구하는 것'(studium)과 같은 지성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게 되었고 조금씩 이러한 의미들로 대체되어 가게 되었다. 이점에서 귀고 역시 그 시대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있지 않았음을 우리는 추측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초기 수도승들이 행했던 성서 말씀을 신.망.애 안에서 단순히 반추하던 수행("반추기도")하고 거리가 있기 때문에 본인은 귀고의 묵상 개념보다는 더 원천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집트 수도승들의 묵상 전통을 더 선호한다.

7. 수도승 전통에서의 단순한 묵상

우리는 초기 수도자들이 행했던 단순한 성서묵상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오늘날 널리 알려진 이냐시오 묵상법이나 가르멜 묵상법(예, "영혼의 성"에서 묵상에서 상상과 추리를 강조함), 슐피즈 묵상법과 같은 상상과 추리를 요구하는 추론적인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수도승 전통에서 가르쳐 주는 묵상 방법은 구조화되지 않고 체계화되지 않은 단순한 묵상법이다. 여기에서 요구하는 것은 단지 그냥 단순하게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항구하게 성서의 말씀을 되뇌이라는 것이다.

원래 라틴어 meditatio(묵상)는 그리스어 melet˝에서 왔으며 이것은 다시 어떤 것을 반쯤 소리내어 중얼거림을 뜻하는 희브리어 haga에서 왔다. 희브리어 haga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더 넓은 의미들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melet˝(meditatio)는 연구(study) 혹은 훈련(excrcise)과 같은 의미들을 갖게 되었고, 그리고 종종 고전적 사용에 있어 수사학적인 연설에 사용되곤 하였다. 반면에 스토아 학파에서는 melet˝를 하나의 영적 훈련으로서 철학적인 명언들에 대한 끊임없는 기억을 의미했다. 한편 수도승 전통에서는 melet˝가 기억된 성서 본문에 대한 암송을 의미했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에는 이러한 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 예로 어느 날 두 교부들이 아빠 아킬레스(Abba Achilles)를 방문했을 때, 그들은 아킬레스 아빠가 성서의 말씀 즉 "야곱아,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창세 46, 3)는 말씀을 오랫동안 암송하는 것을 문 밖에서 듣게 되었다. 한참 후에 그들이 방문을 노크하자, 그때 아빠 아킬레스는 그들을 방에 맞아 들였다.

이와 같이 초기 수도승 전통과 중세 때 수도승들이 묵상한다고 하면 그것은 당연히 성서 본문을 작은 소리로 읽고 마음으로 그 구절의 충만한 의미를 배우는 것을 의미하였다. 즉 성서 본문을 작은 소리로 끊임없이 반복하고 암송하고 마음 안에 각인시키는 영혼과 육체의 전(全)인간이 행하는 단순한 방법이었다. 이에 대해 RB(베네딕도 규칙서)의 세계적인 권위자 드 보궤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의 묵상과 같은 전적으로 내면적인 행위가 아니라 입과 정신 모두를 사용하는 과정으로서 암송과 같다. 이것은 생각이나 느낌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먼저 어떤 본문을 암송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빠코미오 규칙서를 따르는 수도승들은 한 순간도 성서 말씀이 그들을 떠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그들은 일하는 동안에도 성서의 어떤 구절을 중얼거림이나 암송의 형식으로 계속 묵상하였다. 이렇게 수도승들은 성서의 한 말씀을 온전히 자기의 것이 되도록 그 말씀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맛보았다. 바로 이 되새김이 수도승 전통 안에서 행해진 독특한 묵상 방법이다.

동방의 영성을 서방에 알린 요한 가시아노는 끊임없는 되새김에 대하여 "끊임없는 묵상이 우리의 마음을 채우고 우리를 형성할 때까지 스스로 열심히 혹은 더 끊임없이 Lectio Divina 하라"고 언급하였다. 성 아우구스띠노는 마태 4,4을 주석하면서, 사람이 매일 빵을 먹듯이 낮 동안뿐만 아니라 밤에도 복음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말씀을 듣거나 읽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과 같고,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되새김과 같기 때문이다. 중세를 넘어 오면서 묵상은 이제 되새김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성 안셀모는 그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당신은 그분 말씀의 벌집을 씹고, 그 맛을 빨아들여라. 그것은 수액보다도 더 달콤하다. … 생각으로 씹고 이해로써 빨아들이고 사랑과 환희로써 들이켜라"(meditatio redemptionis humanae 8∼11 참조). 중세의 마지막 교부라고 일컬어지는 성 베르나르도 역시 수도승들이 순결한 반추동물과 같이 말씀을 끊임없이 되뇌여야 함을 언급했다. 즉 "내가 성서를 달콤하게 반추함으로써 나의 내장은 채워지게 된다"(Sermo 16 Super Cantica II. 2, Opera Omnia I, ed).

이렇게 중세까지 묵상의 과정으로서 수도승 전통 안에 되새김(ruminatio)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즉 고대나 중세까지만 해도 meditatio와 ruminatio가 별 차이 없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근세 이후로 meditatio에 합리적이고 추리적인 요소들이 많이 첨가됨으로써 점점더 meditatio와 ruminatio가 분리되어 버렸고, 더욱이 후자는 거의 잊혀지게 되었다. 이로써 수도승 전통 안에서 단순하게 그리고 독특하게 행해져 오던 성서 묵상에 대한 구체적인 수단인 되새김(ruminatio)수행이 잊혀짐은 크나큰 불행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오늘날 수도승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수도승들마저도 그러한 방법이 무엇인지? 혹은 그러한 방법이 있었는지 조차도 모르는 기(奇)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8. 반추기도의 개념 (신학전망 제115호, 131-157 참조)

이것은 단순히 어떤 구절을 반복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소가 삼킨 음식물을 토출하고 재저작하고 재연하 하여 완전히 자신의 살과 피가 되게 하는 일련의 과정과 같이 말씀을 온전히 나의 것이 되게 하는(체화) 독특한 수행이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성서의 말씀을 소리내어 읽고 기억에 간직해 두었다가 일터에서나 또는 혼자서 산책하거나 기도할 때 그 말씀을 토출해내어 그것을 다시 천천히 되씹고 그 말씀을 마음에 재연하시킴으로써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단순하지만 독특한 묵상을 실천하였다.

맺음말

성서를 읽지 않고 맛들이지 않으면 결코 그리스도를 온전히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성서를 매일 가까이 하고 그것을 읽고 맛들일 때 비로소 그 말씀은 우리 안에서 살아 현존하게 된다. 이에 매일 수도승 전통에 근거한 성서 독서와 묵상("반추기도")의 수행은 구체적으로 하느님 말씀의 풍요로움 그 자체에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새로운 안경을 갖게 되었을 때 체험하게 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즉 처음에 새 안경은 나와 분리되어 있어 모든 것이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점점 나와 안경은 하나가 되어 더 이상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때는 본인이 안경을 끼고 있는지 벗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에 우리가 성서 독서를 할 때는 성서와 나는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성서 독서와 반추기도 수행을 오래 하다 보면 이제 나와 성서는 더 이상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가 되게 된다. 즉 내가 곧 성서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우리는 일상 안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성서를 읽고 맛들이는 수행을 할 필요가 있다.

[성서 독서의 실제]

(1)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라

※ 주의점: ⓐ 먼저 각자는 편하게 앉아 몸을 바르게 하라(調身)

ⓑ 이제 자세가 바르게 되었으면, 호흡을 고르게 하라(調息)

(2)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라

(3) 성령께 도움을 청하라(※ "성서를 읽기 전에 드리는 기도문"을 바칠 수도 있다)

(4) 성서 말씀을 천천히 작게 소리내어 읽고 들어라

※ 주의점:ⓐ 빨리 읽으려고 서두르지 말라

ⓑ 전 존재로 읽어라: 손으로는(촉각) 성서를 들고 읽고자 하는 부분을 펴라. 눈으로는(시각) 성서의 말씀을 보고, 입으로는(입) 그 말씀을 작게 소리내어 읽어라. 그리고 귀로는(청각) 입으로 읽는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기억과 마음에 그 말씀을 깊이 간직하라

ⓓ 가능하면 그 날의 독서와 복음을 읽어라

(5) 성서 말씀 중에 마음에 닿는 구절이 있으면, 거기에 잠시 머물러라

※ 주의점: ⓐ 마음에 닿는 구절이 있으면 밑줄을 그어 표시해 두라

ⓑ 성서의 그 구절을 천천히 반복해서 작은 소리로 암송하라

(6)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계속 성서를 읽어 내려가라

(7)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로 끝마쳐라

※ 주의점:ⓐ일어나기 전에 고요한 마음을 계속 유지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바쳐라

ⓑ 일어나기 전에 마음에 닿았던 성서 구절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그 구절을 기억 속에 간직하라

ⓓ 일상 안에서 끊임없이 그 선택된 성서 구절을 되뇌이어라

[반추기도의 실제]

1.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라!

1) 자세(調身)

2) 호흡(調息)

3) 마음(調心)

2.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라!

3. 성령께 도움을 청하라!

4. 성서말씀을 천천히 반추하라!

1) 선택된 성서구절을 떠올려라! (토출)

2) 성서구절을 되씹어라!

(재저작/ 타액과 재혼합)

3) 성서구절을 마음에 간직하라! (재연하)

※ 반추기도중 분심, 잡념에 대하여

5.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로 끝마쳐라!

6. "알렐루야" (노래)

별지 2. 진 토마스 신부의 "아빠스 제도"에 대한 강의 요지

아빠스 제도란 베네딕도회 수도원 제도라 할 수 있다. 먼저 아빠스(abbas)란 말의 유래를 보면, 베네딕도 성인 이전부터 수도원장을 아빠스라 불렀는데, 이는 말씀을 통해 생명을 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코이노니아 19집에 잘 언급되어 있다.

그러면 베네딕도 성인은 아빠스를 어떻게 생각하였는가? 규칙서에는 'abbas'란 말이 126번, 'prior'은 12번, 'pater spiritualis'는 1번, 그리고 'pater monasterii'가 1번 나타난다. 규칙서 안에서 전적으로 아빠스에 관해 언급되고 있는 장은 2장과 64장이다(코이노니아 19집 참조). 이 장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베네딕도에게 있어 아빠스는 무엇보다도 '영적 스승'이다. 이는 이집트 수도승생활과 요한 가시아노, 그리고 스승의 규칙서(RM)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RB 2장에서는 아빠스의 두 가지 역할이 나타나는데, 공동체 전체와 수도자 각자에 대한 '영적 지도'와 모든 차원에서의 수도원 '관리'가 그것이다. RB 2,33에서는 이 두 역할간의 긴장이 나타난다. 또한 아빠스의 임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당시는 대개 종신제였다. 후계자 선정에 있어 RM은 아빠스가 임종 직전에 누구를 임명했던 반면, RB의 경우 공동체에서 선출된다. RB 64장에서는 선출을 위한 두 가지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즉 '만장일치'와 '건전한 의견'이다.

다음으로 역사 안에서 아빠스가 차지했던 위치와 역할을 보면, 먼저 중세기에 성직화와 또한 봉건제도와 얽히게 되면서 마치 봉건 영주와 같이 되어버렸다. 아빠스의 반지, 지팡이, 관 등은 바로 주교의 표상화가 되었다. 오늘날 아빠스 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19세기 초 베네딕도회의 부흥이었다. 특별히 솔렘과 보이론 수도원은 아빠스 종신제를 제정하였고, 아빠스를 영적 지도자로서 간주하였다. 역사 안에서 보면,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던 수도원들이 번성했으며, 또 교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아타나시오 폰락은 이상적인 아빠스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아빠스는 먼저 형제들 가운데 복음의 가치와 주님을 위한 청지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는 또한 각 개인의 구원을 염려해야 하며, 공동체 전체를 섬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 그는 분별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평정을 유지해야 하며, 주님의 소리를 듣고 그분의 목소리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아빠스에 대한 태도는 성 베네딕도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겸손하고 진실한 애덕으로 사랑"(RB 72,10)해야 한다.

허 로무알도 신부 요약 정리

별지 3. 1) 아빠스 선거 준비를 위한 9일 기도문

(2001. 8. 13 - 8. 21)

＋ 지혜의 셈이시며 모든 일을 미리 안배하시는 하느님 아버지,

◎ 저희를 사부 성 베네딕도의 가르침을 따라

신앙과 선행의 실천으로 주님을 섬기는 학원에 살게 하시고,

이 학원을 당신 집의 관리자인 아빠스의 지도 아래 맡기셨나이다.

이 교회공동체가 새로운 아빠스를 뽑는 은혜로운 계기를 맞이하여

형제 한사람 한사람이 당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서로 일치하여

주님께서 미리 점지하여 놓은 형제를 알아보게 하시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영과 진리 안에서 형제공동체를 올바로 이끌어갈

아빠스를 세워 받들게 하소서.

이로써 당신 종들의 봉사자인 새로운 아빠스와 함께

저희가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려가게 하소서.

＋ 사부 성 베네딕도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 마오로와 성 쁠라치도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 아빠스 임기와 퇴임한 아빠스에 관한 변경 조항

회헌 118조

아빠스는 임기 없이 무기한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참사회가 비밀 투표로 회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아빠스의 임기를 제한하기로 결정할 때에는 12년 임기의 아빠스 선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결정은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아빠스는 6년 임기로 재선 될 수 있다.

회헌 121조

퇴임한 아빠스 (abbot emeritus)는 자기 수도원에서 서원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지니며, 자기 수도원 장상의 권위 하에 있다. 그러나 퇴임한 아빠스는 참사회원의 권리를 행사할 필요는 없다. 장래의 그의 위치와 소임에 관한 세부사항은 그의 후임자와 함께 결정할 것이며, 만일 필요하다면 연합회 총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