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수도원 소식

1. 원장 신부 동정 및 연합회 소식

원장 신부는 지난 5월 14일(월)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분원에서 있었던 월간 [들숨날숨] 창간 2주년 기념 리셉션에, 그리고 5월 22일(화)에는 재단 이사장으로서 올해로 개교 55주년을 맞은 순심 남녀 중고등학교 기념식에 참석하였다.

2001년 5월 11일 탄자니아 윔와(Mvimwa) 수도원의 참사회는 바실리오 가폰다 신부를12년 임기의 초대 아빠스로 선출하였다. 바실리오 새 아빠스는 올해 51세이며, 항가 수도원 출신으로서 1985년부터 1988년까지 항가 수도원의 관리원장을 역임한 바 있고, 최근에는 모로고로에 있는 베네딕도회 학생공동체인 신학원에서 책임자로 일해왔다. 그의 아빠스 축복식은 지난 5월 17일에 있었다. 바실리오 아빠스와 그 공동체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2. 형제들 근황

1) 장 엘마르 신부는 지난 5월 23일(화) 본국휴가를 떠났다가 8월 20일(월)에 귀국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본원의 노 아우구스띠노 신부가 5월 23일(수)부터 약 3개월 간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에 거주하게 된다.

2) 박 안셀모 부제와 박 블라시오 부제가 5월 27일(일) 영국으로 출국하였다. 두 부제는 김 에바리스트 신부와 이 오딜로 신부가 머물고 있는 영국 런던의 그리스도 왕 베네딕도 수도원에 약 2개월 간 머무르면서 언어 학원을 다닌 후,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있을 8주간의 연합회 연구주간에 참가하고 오는 9월 23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연락처는 다음과 같다.

Br. Anselmo Park ＆ Br. Blasio Park

Benedictine Monastery of Christ the King

Bramley Road London N 14 4 HE

England

3) 재단 종합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진 아르세니오 수사는 "세무회계 실무교육"을 받기 위해 6월 1일(토)부터 9월 4일(화)까지 3개월 간 서울 장충동 분원에서 머무를 예정이다.

3. 성소주일 행사

5월 6일(일) 성소주일을 맞아 여러 본당에서 많은 학생들이 수도원을 방문하였다. 수도원 측에서는 수련원 형제들이 주축이 되어 베네딕도회 수도생활 및 왜관 수도원 역사와 생활 소개를 위한 판넬, 제의 및 성물 전시, 분도출판사 도서 전시 등을 준비하여 방문객들을 맞이하였다. 오전에는 수도원 안내가 있었고 성당에서 모두 함께 낮기도를 한 후 각 본당별로 점심식사와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모두 함께 모여 리크레이션 시간을 갖고 마침미사를 끝으로 행사를 마쳤다. 이날 여러 형제들, 특별히 수련원 형제들이 손님 안내와 행사 준비를 위해 많이 수고하였다.

방문객 현황을 보면 대구, 마산, 안동 등 3개 교구의 18개 본당에서 학생 490명(초등부 171; 중고등부 319)과 인솔자 122명 해서 모두 612명이 다녀갔다. 교구별로는 대구대교구 553명, 마산교구 39명, 그리고 안동교구 20명으로 올해는 예년과 달리 방문객 대부분을 대구대교구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우리 수도원의 지역적인 위치에 따른 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처럼 보인다.

4. 서원 75주년, 60주년 기념

지난 5월 9일(수) 노인마을에 계시는 노 아르놀드 신부가 수도서원 75주년을, 그리고 5월 18(금)에는 이 미카엘 수사가 수도서원 60주년을 맞았다. 5월 9일은 종신서원자 연례피정 중이었기 때문에 그전에 미리 몇몇 독일 형제들이 노 아르놀드 신부를 방문하여 축하해 주었다. 이 미카엘 수사의 축하식은 5월 17일(목) 저녁식사 때 간단하게 치르고, 다음날 (5월 18일) 아침미사를 서원 60주년 축하미사로 봉헌하였다.

노 아르놀드 신부님은 올해 만 96세로 현재 우리 수도원에서 최고령이시다. 신부님은 1905년 1월 3일 독일에서 출생, 1925년 5월 1일에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입회하여 그 이듬해인 1926년 5월 9일에 첫서원을 하였다. 그리고 1931년 3월 22일에 사제서품을 받고 선교 파견되어 1932년 11월 17일에 만주 연길 수도원에 도착하였다. 1933년 4월 1일부터 1946년 5월 20일 남평수용소에 감금되기 전까지 만주 영종 본당과 명월구 본당에서 사목을 하다가 1946년 5월 20일부터 1948년 5월 30일까지 만 2년간 남평수용소에서 감금생활을 하였다. 그러다 1952년 10월 7일 강제로 본국으로 송환되었고 1956년 5월 18일 왜관 수도원으로 다시 파견되었다. 그 후부터 1986년 2월 3일까지 30여 년에 걸쳐 점촌 본당, 구미 해평 본당에서 본당신부로 일하였다. 1987년 8월 17일부터는 연화동 결핵요양원 지도신부로 지내다가 1995년 10월 20일 은퇴하여 현재까지 분도 노인마을에서 생활하고 계신다. 신부님은 특별히 흙을 좋아하시어 '흙 속의 신부'라 불릴 정도로 평생을 흙과 더불어 살아오셨다. 그래서 1982년 4월 11일에는 선산군수로부터 '흙 속의 신부'라는 명칭으로 표창장을 받으신 바 있다. 이 외에도 1999년 5월 주한독일대사로부터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1등 공로 십자훈장을 수여 받았고(평화신문 2001년 3월 18일자 기사 참조), 또한 1999년 4월 7일 보건의 날에는 60여년 간 구라사업에 기여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가 주는 포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로 만 88세 생신을 맞이하시는 이 미카엘 수사님은 수도원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고령이시다. 1913년 12월 13일 서울에서 출생하여 1936년 6월 10일 당시로서는 약간 늦은 나이인 24세에 덕원 수도원에 입회, 1941년 5월 18일에 첫서원을 하였다. 1936년부터 1948년 피난 내려오기 전까지 덕원 수도원 인쇄소(제본실), 제의방, 농장, 문간 등에서 일하셨고, 1952년부터 1987년 11월까지는 왜관 수도원에서 낙산과 원내 농장, 문간, 청지원자 선생수사로서 일하시다가 1987년 11월 16일부터 선산 양로원 원장으로 또 1992년 7월 10일부터는 분도 노인마을 원장으로서 불우한 노인들을 위해 봉사해 오셨다. 그러다가 1994년 1월 20일 은퇴하시어 현재 수도원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시며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력과 젊음을 과시하며 지내고 계신다. 이 미카엘 수사님에 대해서는 1997년 KBS 성탄 특집극 <낮은 데로 임하소서>란 제목으로 TV에서 방영된 바 있다. 이 두 선배님들의 삶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이분들은 우리 수도원의 산 증인이자 역사이시다. 이런 분들을 아직까지 모시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공동체로서는 더 없는 큰 은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남은 여생을 주님 안에 또 형제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안에서 잘 보내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5. 종신서원자 연례피정

지난 5월 7일(월)부터 12일(토)까지 5박 6일에 걸쳐 부산 명상의 집에서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의 안셀름 그륀 신부의 지도로 종신서원자 연례피정이 있었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여러 영성서적들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저서들 중 일부는 이미 한국어로 번역되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의 영성의 특징은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과 인간의 기본 조건들을 배제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영성을 소위 '아래로부터의 영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 피정에는 45명의 형제들이 참가하여 각자의 소임에서 떠나 한가함 속에 뜻깊은 강의와 기도, 그리고 휴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피정 끝에 원장 신부는 형제들에게 피정 기간과 피정 소감 등에 관한 의견을 물었고 30명의 형제들이 그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형제들의 의견들을 [피정 기간], [만족도], [좋았던 점], [아쉬운 점과 요망사항] 등 네 가지로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다.

먼저 [피정 기간]과 관련하여, 5박 6일(20명), 7박 8일(7명), 4박 5일(2명), 3박 4일(1명) 순으로 나왔다. 30명 중 과반수 이상이 5박 6일이 가장 적당한 것으로 응답한 셈이다. 이번 피정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대단히 좋았다'(8명), '좋았다'(6명), '그저 그랬다'(2명), 그리고 무응답이 14명이었다. [좋았던 점]으로는 대게 '강의 방법과 내용'이 언급되었는데 개인적인 삶과 체험에서 나온 것으로 실생활과 연결되는 실제적인 강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장소'(부산 명상의 집)가 좋았다는 언급도 있었다. 끝으로 [아쉬운 점과 요망사항]과 관련하여서는 '침묵 준수의 아쉬움'(5명)과 '통역에서 오는 어려움'(3명), 그리고 강의에 너무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 홀로 성찰하는 시간이나 그룹별 주제 토의와 나눔의 시간이 적었다(5명)는 지적도 있었다.

요망사항 중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의견이 나왔는데 즉, 피정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체 피정이 끝난 후 원하는 형제들에 한해서 개인적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자는 의견과 연중 휴가와 같이 피정도 2 차례로 나누어 1차에는 강의와 묵상, 2차에는 그룹대화를 통해 수도원의 장래와 현안 문제 등에 대해 토의하고 친교를 나누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정이 실제 수도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법들(기도 방법이나 묵상 방법 등)이 고려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피정 강의들을 녹음하여 수도원 자료실에서 보관하고 있고, 오 아브라함 신부가 수고하여 그 내용을 요약하였다(별지 1 참조).

6. 초청 강연회

지난 5월 14일(월)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약 3시간 30분에 걸쳐 수도원 구성당에서 안셀름 그륀 신부의 공개 특별 강의가 있었다. 이날 참석인원은 대략 400여명으로 주로 수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구성당 최대 수용 인원이 300명 정도여서 사전에 그에 맞게 참가 신청 인원을 조절하였으나, 실제 행사 당일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구성당 밖에 미리 엠프 두 개를 설치하여 실내에 못 들어간 사람들은 등나무 밑과 잔디밭에 않아 강의를 청취할 수 있었다. 만일 인원통제를 하지 않았다면 수도원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많은 이들이 그만큼 영적인 양식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강의는 크게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먼저 제 1부에서는 <개인기도>에 대해서, 그리고 제 2부에서는 <공동기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별지 2 참조). 첫 번째 강의가 끝난 후 약 30분 가량의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당가실 협찬으로 준비된 차와 음료와 빵 등은 이미 1시간 30분에 걸쳐 섭취한 영적 양식(강의)에 못지 않게 사람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는 영적 양식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우리 인간 조건을 잘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두 번째 강의 후, 질의응답을 끝으로 행사를 모두 마쳤다.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진 토마스 부원장 신부가 통역을 위해 수고해 주었고 또한 모든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견하는 수도원의 젊은 자원봉사 도우미들(?)이 행사 준비를 위해 많은 수고를 하였다.

7. 종신서원자 봄소풍

지난 5월 22일(화) 종신서원자 21명이 대야산으로 봄소풍을 다녀왔다. 비가 오지 않아 그 지역 일대가 산불 경보로 묶여 입산통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소풍준비위원들의 남다른 고충이 있었다고 한다. 소풍 준비기간 동안 비가 와주기를 줄곧 기원했고, 문경 시청 산림과에 수시로 문의해서 등반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문의했다고 한다. 하루 전날까지 입산이 통제되었지만 당일에는 다행히 단비가 많이도 내려주어 이번에는 소풍을 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고심하다가 끝내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하고 축복의 비를 가르며 대야산으로 향했다. 먼저 문경 석탄박물관에 들려 관람한 후 근처 가은 성당으로 이동하여 낮기도를 바치고 준비해간 점심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일부는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대야산을 등반하였는데, 비를 맞으며 또 우산을 쓰고 하는 등반은 또 다른 새로운 맛을 가져다 주었다. 일기 관계로 정상 등반은 못했지만, 용추계곡과 용추폭포의 아름다움은 가히 듣던 그대로였다. 결국 세 젊은 형제들이 용추폭포에 유인되어 그 속에 몸을 담그고 말았고, 거기서 순수 젊은 오빠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젊음을 마음껏 과시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도리사에 들러 산채 비빔밥과 칼국수로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고 도리사를 구경한 후 모두 무사히 귀원하였다.

8. 한국 베네딕도회 수도자 모임

5월 15일(화)부터 5월 16일(수)까지 제23차 한국 베네딕도회 수도자 모임이 고성 올리베따노 수녀원 피정집에서 있었다.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회 주최로 개최된 이번 모임은 15일(화) 낮기도로 시작하여 강의와 비데오 시청, 16일 오전의 회의, 그리고 점심식사를 끝으로 마쳤다.

이번 강의는 부산 수녀원의 조 에노스 수녀가 "수도생활과 의사소통"이란 주제로 하였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욕구인 만족스런 관계 형성을 위하여 '의사소통'과 이를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서 '들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즉 수도 공동체 안에서 의사소통은 마치 우리 몸의 혈관과 같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공동체는 혈관이 막혀 병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잘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한 조건으로는 상호신뢰, 이해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 보완적 자세 (자신의 불완전성에 대한 인정), 유연성, 그리고 책임이 전제된다는 것이 강의요지이다.

5월 16일(수) 오전 회의에서는 부산 수녀원 총원장 전 세시리아 수녀로부터 2000년 8월 로마에서 있었던 [세계 여성 베네딕도회 모임]에 대한 보고, 2002년부터 로마 성 안셀모 대학에서 실시될 [양성 담당자를 위한 3개월 과정]과 한국 남자 수도회 장상 협의회 주체로 실시된 [제1차 평생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김 요한 보스꼬 원장 신부의 보고, 진 토마스 신부로부터 올해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있게 될 [동아시아 필리핀 장상 모임]과 [평생 양성]에 관한 보고, 한국 베네딕도회 단계별 양성 담당자 모임에 관한 최 이시도로 신부의 보고, [코이노니아] 상황에 대한 이 시몬 신부의 보고와 토의, 이 시몬 신부가 라틴어에서 번역한 [스승의 규칙서] 출판 문제, 끝으로 베네딕도회 성무일도 [시편집 발행]에 관한 토의가 있었다. 코이노니아 편집은 앞으로 진 토마스 신부가 맡게 되었고, 스승의 규칙서는 각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교부총서로 출판하기로 결정하였다. 시편집 발행 문제는 각 공동체에서 사람들을 인선, 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동작업을 하기로 하였는데, 임승필 신부의 번역본을 사용하되 운율 조정 작업을 위하여 먼저 독해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 수도원에서는 인 끌레멘스 신부와 최 빠꼬미오 신부가 이를 위해 수고하게 되었다.

이번 모임에는 6개 공동체에서 총 25명이 참가하였는데 우리 수도원에서는 김 요한 보스꼬 원장 신부, 진 토마스 부원장 신부, 이 시몬 신부, 최 이시도로 신부, 허 로무알도 신부, 최 빠꼬미오 신부가 참석하였다. 차기 모임은 2002년 5월 14(화)부터 5월 15일(수)까지 서울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있을 예정이다.

9. 월간 [들숨날숨] 창간 2주년 기념행사

2001년 5월 월간 《들숨날숨》이 창간 2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지난 5월 14일 서울 장충동 분원에서 교회 인사들과 문인들, 미술계와 학계의 원로들, 여러 신자들과 함께 축하식을 가졌다. 음악인 노영심 씨의 사회로 진행된 창간 2주년 리셉션은 김 요한 보스꼬 원장 신부의 기념사에 이어 김수환 추기경과 정의채 신부의 축사, 조요한 전 숭실대총장과 김남조 시인의 격려사로 이어졌다. 월간《들숨날숨》편집인인 조광호 신부는 이날 '영성·문화 운동'인 '리부스 운동'을 선포했다. '리부스' (Rivus)란 라틴어로서 '시냇물', '생명의 원천이자 삶의 원형'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리부스 운동이란 '시냇물이 대지를 적시고 강을 정화하듯 아름다운 영적 가치를 지닌 문화운동으로 인간의 꿈과 가치를 살려내자는 운동'이라 하겠다. 이런 운동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미 2년 전부터 그리스도교적 영성으로 생명 문화를 추구하는 21세기 영성문화 교양지《들숨날숨》이라는 월간지가 발행되었고, 매달〈들숨날숨 문화 가족〉과 <들숨날숨 영성문화강좌〉라는 가톨릭 아카데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톨릭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도 수도자의 경험을 나눠주고 각종 문화공연을 평가하고 추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좋은 문화'를 널리 알리며, 때로는 직접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5월 15일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있었던 월간《들숨날숨》창간 2주년 기념 초청강연회에는 안셀름 그륀 신부가 강연을 했고, 대구 대교구 전헌호 신부가 통역을 맡았다. '21세기 그리스도인의 영성'이라는 제목으로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어떻게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하여 강연한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자신 안에서 생명의 샘이 솟아 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강연은 두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질의 응답 시간으로 더욱더 진솔하고 친밀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예약공고가 나간 뒤 이틀만에 50%의 좌석이 매진되었고, 당일에는 900여 명의 청중들이 함께 한 이번 초청강연회는 현대인의 영적 갈망을 채우고 참된 자아와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강연자료는 월간《들숨날숨 》 2001년 6월호〈가톨릭 아카데미〉에 실렸다.

10.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발간

분도 출판사에서는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위원장: 장익 주교)의 인준을 받아 6월 3일 (일) 성령강림 대축일을 기해 '200주년신약성서 주해'를 발간하였다. 이 200주년 주해는 우리말로 된 최초의 완역 신약성서 주해서로서 국내 저명 성서학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무려 36차의 독해를 거쳐 27권 전권을 희랍어 원문에 따른 적합하고 쉬운 번역과 주해로 200주년 신약성서 번역위원회가 구성된 지 무려 27년 만에 이루어낸 쾌거이다. 이는 순수 국내 가톨릭 성서학자들의 한세대에 걸친 연구결과의 집대성이라는 측면과 제대로 된 번역성서와 주해서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내 성서연구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란 평을 받고 있다. 분도 출판사는 1981년부터 신약성서 낱권마다 주석과 해제를 붙여 발행한 낱권 주석서들을 이번에 하나로 묶어 발간하게 된 것이다(2001년 6월 3일자 가톨릭 신문 1면, 4면 기사 참조).

11. 순심 교육재단 소식

1) 제13차 전국 가톨릭 고등부 학생대회

6월 2일(토)부터 6월 3일(일)까지 왜관 순심 여자 중.고등학교에서 "기도하고 일하라"는 주제로 <제 13차 전국 가톨릭 고등부 학생대회>가 있었다. 순심 남녀 고등학교 주최로 개최된 이번 대회의 주제는 가톨릭 청소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해 보고, 교회 안에서 그러한 삶의 모습을 구현하는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의 삶을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베네딕도회 삶을 잘 요약하는 "기도하고 일하라"로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수도원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이루어 졌다. 대회는 6월 2일(토) 오후 3시부터 시작되어 오리엔테이션, 전례음악 연습, 시작 전례, 모둠 토의, 수도생활 홍보물 상영, 친교의 시간, 그리고 6월 3일(일) 오전에 수도원 견학, 파견미사와 재단 이사장과의 간담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일정 중에 전례음악 연습, 시작 전례, 칠곡 복지관에서 있었던 친교의 시간을 위해 수도원의 여러 형제들이 수고하였다. 특별히 각 학교별로 장기자랑 및 공연을 한 친교의 시간에는 수도원의 유기서원 수사들도 참석하여 장기자랑을 통해 분위기를 한층 더해 주었다. 또한 6월 3일 오전 11시 30분 순심 여고 강당에서 거행된 파견미사에 수도원 식구들이 참석하였고, 원장 신부가 재단 이사장으로서 미사를 주례하였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36개의 가톨릭 재단 남녀 고등학교에서 학생 558명(남 262; 녀 296)과 인솔자 86명(신부 12; 수사 2; 수녀 34; 교사 38)해서 총 644명이 참가하였다. 순심 여자 중.고등학교 교목이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 바실리오 신부가 이번 대회의 전체 기획을 맡아 준비에서부터 진행까지 많은 수고를 하였다.

2) 개교 55주년 기념식

5월 22일(화) 개교 55주년 기념식을 맞이하여 순심 중고등 학교 강당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김 바실리오 교목 신부의 집전 미사로 시작해서 재단이사장 김 요한보스꼬 원장 신부와 상임이사인 이 꼴베 신부가 참석하여 근속 10년, 20년, 30년 된 선생님들께 재단에서 주는 근속 반지와 기념패를 전달하였다. 기념식이 끝난 후 우천관계로 강당에서 전교생이 체육대회를 하였다.

3) 성모의 밤 행사

순심 중고등 학교는 지난 5월 11일 오후 7시에 본교 성모상 앞에서 성모의 밤 행사를 가졌다. 이 날 행사에 중학교 신자 학생들과 고 1.2 전교생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5월 25일 오후 7시에는 순심 여자 중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전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성모의 밤 행사가 있었다. 이번 성모의 밤 행사는 특별히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행사로 기획되었고, 따라서 제 2부 행사로 조촐한 다과회를 열어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12. 각 소임지 및 분원 소식

1) 모내기

5월 25일(금)부터 6월 1일(금)까지 일주일에 걸쳐 금남 논에서는 모내기가 있었다. 예년에는 보통 모내기 때에는 게시판에 방을 붙여 가능한 형제들의 지원을 받았었는데 올해는 그러한 도우미 모집 광고(?)가 없어 이번 모내기는 몇몇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히(?) 진행되었다. 정작 논에서도 지금 모내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모내기를 위해 많은 땀을 흘린 형제들이 있었다. 먼저 논농사를 책임 맡아 동분서주하며 비지땀을 흘리는 정 다윗 수사, 기계에 일가견이 있다는 이유로 자원하여 광활한 대지에서 트랙터와 이양기를 장난감 다루듯 하며 수고한 차부의 김 로마노 수사, 수도원의 떠오르는 일꾼 순대방의 강 알빈 수사, 늘 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신세대 귀염둥이 조 요셉 청원 형제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외에도 수련수사들과 지원형제들도 이번 모내기를 위해 수고하였다.

2) 수도원 자료실

1. 수도원 자료실(도서실)에서는 그리스도교 교부 문학과 수도승 문학 연구를 위해 중요한 필수 문헌들인 Sources Chretiennes(그리스도교 원천들) 시리즈를 구입하였다. 이 시리즈는 현재 400여권이 넘게 출판되었고 교부 문헌들과 수도승 문헌들에 대해 원문 번역과 비평으로 방대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해놓은 귀중한 자료들이다. 불어로 되어 있어 접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지니는 중요성 때문에 소장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료들로 인정된다.

2. 자료실에서는 또한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도서자료 관리 및 운용을 위해 현재 자료실 전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신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도서정보 전산 입력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산화 작업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위하여 자료실에서 대출해간 자료들 중 미반납된 것이 있으면 즉시 반납을 부탁드리고 또 개인 도서나 자료들 (비데오, 테잎, 음악 및 프로그램 CD 등) 중 공동체 차원에서 형제들과 공유할만한 것이 있으면 자료실로 내어주거나 자료실 담당자들 (오 아브라함 신부, 김 마리오 수사)과 상의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그러면 자료실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동일한 자료의 중복 구입 등 경제적인 비효율성을 피할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3) 구미 가톨릭 근로자 문화 센타

구미 가톨릭 근로자 문화 센타는 올해 노동부 지원 [고용평등 상담실] 운영 민간단체로 선정되어 5월 30일(수) 오후 3시에 개소식을 가졌다. 수도원에서는 박 시메온 당가 수사가 공동체를 대표하여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앞으로 이 상담실에서는 여성에 대한 부당 행위 및 성희롱 등의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직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상담.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권익과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13. 정 정

정정합니다. 지난 4월 소식지 2쪽 3.형제들 근황 2)항의 진 토마스 신부의 소식 중에 <아시아 지역 트라피스트회 총회 모임을 위한 통역을 부탁 받아 5월 3일(목)부터 5월 4일 (금)까지 수고하였다>를 <아시아 지역 트라피스트회 총회 모임을 위해 강의를 부탁 받아 5월 3일(목)에 가서 '한국 불교'에 대해 강의하였다>로, 그리고 4쪽 7. 수련원 봄나들이 난에 수련자 <4명>을 <5명>으로, 유기서원자 <15명>을 <16명>으로 정정합니다. 착오로 생긴 이와 같은 오보에 대해 진심으로 형제 여러분들께 사과 드리며 앞으로는 좀더 정확한 정보와 철저한 교정을 통해 보다 나은 공동체 나눔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1년 6월 4일

서 무 실

별지 1. 종신서원자 연례피정 강의 요약

제 1강의

베네딕도 규칙서의 중심 주제는 '하느님을 찾는 일'이다. 베네딕도에 의하면, 수도승은 일생동안 하느님을 찾을 의무가 있다. 'Querere'란 말마디에는 '찾다'란 뜻 외에도 '물어보다'란 뜻이 있다. 결국 '하느님을 찾는다'는 것은 계속 물어본다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갈망', '그리움'과 접촉한다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띠노에게 있어 '그리움'과 '갈망'은 인간 실존에 본질적으로 속한 것이다. 그에 의하면 기도는 우리에게 '갈망'을 일깨워주는 것이고, '그리움'은 끊임없는 기도라 할 수 있다. 그리움은 현실도피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긍정할 수 있는 조건이다. 초월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에 인생의 진부함을 참을 수 있는 것이다.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조건도 '하느님께 대한 그리움'이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갈망'은 하느님께 나아갈 때만 가능하다. 블로흐는 인간이 유일하게 변질시킬 수 없는 속성이 그리움이라고 말했다. 그리움은 우리 마음이 항상 하느님께 열려 있도록 해준다. 그리움과 연결되어 있음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을 찾을 수 있다. 그리움은 내 마음속에 있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제 2강의

현대인은 참 생명, 영원한 생명을 원한다. 영원한 생명이란 완전히 이 순간 속에 사는 생명이다. 영생이란 시간과 영원, 하느님과 인간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복음사가 요한에 의하면 이 생명은 참된 하느님을 아는 것이다. 융에 의하면 하느님은 'archetypo'(원형)이다. Archetypo가 병들면 인간도 병든다. 하느님께 대한 이미지와 우리 자신에 대한 이미지는 상응한다. 인간의 심리적 문제는 하느님께 대한 병든 이미지와 관계된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을 제대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건전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한 복음을 살펴보면, 우리는 생명이 있는 곳에서 하느님을 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요한 1,1-2에서도 "하느님과 생명"을 동일시하고 있다. 하느님을 체험한다는 것은 진정한 생명을 체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 체험에는 오관, 즉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감각들로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다.

제 3강의

수도승은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을 참된 하느님 체험으로 인도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하느님은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활동하셨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엇보다 역사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활동하셨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불림의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일상 생활 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다.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통해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고자 한다. 즉 고통, 실패,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하느님의 어두운 면과 마주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멈추지 않고 신비스러운 하느님께 계속 나아가게 된다.

한편, 여러 종교들에서 말하는 영적 길은 깨달음, 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을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다. 조명될 때 우리는 갑자기 모든 것을 보게 된다. 에바그리오(Evagrius Ponticus)는 이것을 관상(contemplatio)이라고 했다. 관상이란 하느님과 내가 하나되는 상태이며, 이렇게 하나가 될 때 내 인생의 역사를 받아들이게 된다. 에바그리오에게 있어 관상은 바로 이런 일치를 말한다.

갈등과 내적 분열 속에서도 그 한가운데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며 또 자유롭다. 거기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해주신 자신의 참모습과 만나게 된다.

제 4강의

수도승 생활의 목적. 그것은 관상, 즉 하느님과 하나되는 것이다. 이 길에서 우리는 감정, 욕정과 만나게 된다. 에바그리오에게 있어 수도생활이란 욕정에 반대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욕정과 함께 싸우는 것이다. 욕정 안에는 상당한 힘이 있다. 이 힘은 영적 길로 나아가는데 필요하다. 그러므로 감정, 욕구를 아는 것이 중요한 첫 단계이다.

에바그리오는 8가지 감정들을 인간의 세 차원으로 나누었다. 첫째는 욕구 차원이고, 둘째 는 감정, 그리고 셋째는 정신 차원이다.

'식욕', '성욕', '소유욕'이 욕구 차원에 해당하는데 이런 욕구들의 목적은 우리를 생명으로, 즉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재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욕구들이 우리를 지배하면 악습이 된다. 그리고 감정 차원에서는 감정을 반대하여 싸우는 것보다 그것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감정들 중 '분노'는 멀리하고 '슬픔'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도승의 전형적인 병인 '영적 무기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질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정신 차원에 속하는 '허영심'은 경우 그것을 뿌리뽑기보다는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시기'와 '질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남과의 비교 없이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것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교만'은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으로서 내 안에 어둡고 더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자신을 올바로 보게 된다.

이런 8가지 감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에 점수를 매기거나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수도승전통에서 보면, 감정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는가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감정들 잘 다스릴 때 그것들은 우리를 하느님께 인도할 것이다.

제 5강의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관계 때문에 변하고 있는가? 예수를 볼 때 우리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되며, 예수께 대한 신앙은 새로운 눈으로 이웃을 보게 한다. 모든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 자매이기에 모든 이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느님은 각 사람 안에서 특유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신다.

사람들이 예수를 만났을 때의 체험은 해방감이었으며 이런 자유에 대한 체험이 제일 중요했다. 예수님은 임금이시다. 임금은 자유로운 사람이다. 우리 안에 있는 임금다운 품위는 이 세상 것이 아니며 남이 훼손할 수 없다. 또 예수님은 대사제이시다. 히브리서를 보면 예수는 우리를 하느님께 가까이 인도하시는 분이시며, 우리는 그분 안에서 하느님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히브 6, 19-20). 사제는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즉 사제는 우리를 하느님 안으로 올리는 분이다. 히브리서에서 사제의 또 다른 역할은 인간들을 위한 변호자라는 것이다.

또 다른 예수님의 모습은 수난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부활하신 분이시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죄책감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예수 안에 용서하시는 하느님 상이 잘 드러난다. 십자가는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데 도움을 준다. 나아가 예수님은 부활이요 생명이시다. 예수를 만나는 사람은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부활을 체험하게 된다. 바오로 사도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고 고백했다. 즉 바오로는 예수님을 살아 계신 분으로 체험한 것이다.

제 6강의

예수께서는 의사이시다. 어릴 때 받은 상처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같은 상처를 경험한다.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성서를 통해 얼어붙은 감정을 녹일 수 있다. 심리치료에서는 우리 상처를 우리가 치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낄 수 있으나 성서는 우리 상처를 예수께 내어놓음으로써 치유과정을 체험하게 한다.

예수께서 치유해주시는 병은 주로 육체-영혼의 병, 또는 육체적-심리적 병들이다. 복음서에서 4가지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부녀관계(마르 5장), 모녀관계(마르 7장), 부자관계(마르 9장), 모자관계(루가 7장)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부자, 모자 관계들만 살펴보기로 하자.

동성(부자, 모녀 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예수께서는 항상 악령을 쫓아내시는 것으로 나온다. 동성 관계에서 투사는 우리를 지배하거나 자신의 모습을 흐리는 악령과 같은 것이다. 한편 이성관계(부녀, 모자 관계)에서의 치료는 항상 죽음에서 일으키시는 것으로 나온다. 이성 관계의 경우는 동성보다 강한 감정의 관계이다. 그러므로 먼저 죽음이 있어야 스스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 7강의

초대 수도승들의 2가지 중요한 표현은 '관상'과 '헤시키아'다. 에바그리오에 의하면 관상은 기도의 목적이다. 그에게 관상은 모든 감정을 놓아 버리고 하느님과 하나되는 것이다. 그는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을 예루살렘, 평화라고 보았다. 각자 안에는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이 있으며, 기도와 명상을 통해 그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우리 자신과 하나가 된다. 신비, 비밀이 있는 곳에서 우리는 고향을 찾을 수 있다. 기도와 명상을 통해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수도승 전통에서는 특히 예수의 기도가 그러하다.

관상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은 내적인 길이다. 이 기도방법에는 4단계가 있는데 첫 단계는 자신과 만나는 단계, 두 번째 단계는 하느님과의 만남이며, 세 번째는 하느님과의 대화,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침묵이다.

한편, 까시아노에 의하면 헤시키아를 얻기 위해 수도승은 자기 안에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RB에서도 마음의 평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특히 아빠스와 당가에게 바쁜 중에도 마음의 안식을 가지라고 성 베네딕도는 말한다. 이것은 내적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제 8강의

용서와 화해는 공동체 생활에서 중요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화해의 봉사 임무를 맡기셨다. 수도공동체도 세상 안에서 화해의 누룩이 될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공동체 안에서 화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용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용서와 화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화해에서 가장 기본적인 과제는 나 자신과의 화해이다. 내 삶, 내 상처와 화해해야 하며,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기본조건이다. 다음으로 내 몸과 화해해야 한다. 육체는 영적 여정의 중요한 기본적 동반자이므로 자신의 육체를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아가 내 그림자와 화해해야 한다.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이다. 화해란 일생동안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한편, 용서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용서에는 4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아픔을 다시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분노로서, 분노는 내 상처에서 다른 사람을 쫓아내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마지막 단계가 용서이다. 용서란 자기 자신을 해방하는 행위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와의 화해에 대해 생각해보자. 헨리 나웬에 의하면 공동체와의 화해에서 필요한 것은 첫째, 평가하지 않는 것, 둘째, 물어보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적으로 화해를 경험하기 위한 화해의 예식을 거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 9강의

마지막으로 미사와 성무일도에 대해 생각해보자. 성무일도는 하느님의 일이며, 하느님을 위한 봉사인 동시에 사람들을 위한 봉사이다. 그러나 성무일도는 우리를 변화시키는 여정도 된다. 우리 경험으로 알 수 있지만 성무일도를 마치고 나오면 조용해지고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생명에 대한 권능을 우리는 기도 속에서 체험하게 된다. 기도 중에 우리 속에 있는 침묵의 공간에 들어갈 때 외적 상황은 계속 시끄러워도 우리는 내적 해방과 평화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성무일도는 하느님께 대한 찬양이다. 성무일도를 바칠 때, 우리는 개인 문제, 공동체 문제, 세상의 문제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찬양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그 문제들 가운데서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그 문제를 상대화시킬 수 있다. 성무일도 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다.

그러면 미사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는 무엇보다 성찬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구체적으로 당신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 예수께서는 식사를 택했다. 예수께서는 내가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빵은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힘을 준다. 두 번째로 예수께서는 포도주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음식으로 주셨다. 포도주는 사랑과 관계되는 것이다. 사랑이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것처럼 포도주도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우리는 미사에서 하느님의 이런 사랑을 매일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되며, 미사는 그 사랑이 우리를 완전히 채우고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또 하나의 차원으로 미사에서 우리가 듣는 복음의 내용은 성찬예식에서 거행된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을 들을 때마다 복음과 영성체를 연결시킬 수 있다. 그 때 있던 일들이 지금 현존되는 것, 재현되는 것이다. 미사의 '보는 측면'과 '변화라는 측면'을 좀 더 의식한다면 우리 일상생활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여기에 어떤 보증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이 변화의 축제를 반복한다. 위에서 제공한 몇 가지 자극들은 스스로 적용할 수 있는 자극에 지나지 않는다. 각자가 자기 개인적인 신학을 만들어야 하고, 자기의 영적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 아브라함 신부 요약 정리

별지 2. 안셀름 그륀 신부 초청 공개 특강 요지

강의 1) "개인기도"

개인기도를 1) 자기 자신과의 만남 2) 하느님과의 만남 3) 하느님과의 대화 4) 침묵 네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도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 없이 다른 대상과의 참된 만남은 불가능하다. 기도는 동시에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이것은 기도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과 또 하느님과의 만남으로서의 이러한 기도는 또한 하나의 대화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기도이다. 하느님 앞에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내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 때문이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하느님께 드러내고 그분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끝으로 '침묵'으로서의 기도의 차원이다. 침묵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바로 '하느님 말씀에 대한 경청'과 '하느님과의 일치'이다. 침묵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공간이며 그 안에서 우리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공간이다. 이 침묵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기도의 목적이다. 그러나 남을 위한 기도 역시 중요하다.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그와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남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그와의 갈등이 해소되고 새롭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 2) "공동기도"

초기 수도승들은 끊임없는 기도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다. '예수의 기도'는 바로 그러한 갈망의 한 표현이었다. 이로써 자신 안에 내적 공간이 마련되고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다 점차 공동기도 (가대기도)의 문제점을 의식하기 시작하는데, 즉 많은 말로 인해서 침묵 중에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무는 관상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대기도에 대한 그릇된 이해가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가대에서 하는 공동기도 역시 관상처럼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동일한 목표를 지닌다. 많은 말들을 통해 단순히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공동기도는 또한 남을 대신해서 하는 기도이기도 하다. 이 기도 중에 다른 이들과의 연대를 이룬다. 이런 의미에서 남을 위한 기도는 세상에 대한 하나의 봉사이다. 공동기도 안에서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분께 찬양을 드리는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찬양할 때 우리 안의 내적 어둠이 사라지고 나 자신과 형제자매, 그리고 더 나아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문이 열리게 된다. 따라서 개인기도 뿐만 아니라 공동기도 역시 관상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는 특별히 수도승들에게 있어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주요한 수행이다.

허 로무알도 신부 요약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