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호 베네딕도 신부는 덕원 성 베네딕도 수도원 소속 최초의 한국인 성직수사이다. 그는 1914년 3월 31일 서울 대목구의 유명한 교우촌인 갈곡리(현 경기도 파주시 법원면 갈곡리)에서 태어났다.

1926년, 김치호 신부는 당시 12살의 나이에 서울 백동(현 혜화동)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에 입회한 다음 1927년 12월 1일에 서울 수도원이 덕원으로 완전히 이전한 후 신학교 준비반 과정을 시작하였다. 1939년 4월 10일 첫서원을 발하고 1942년 5월 1일에 덕원 수도원 성당에서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의 주례로 사제로 서품되었다.

1942년 6월 덕원 본당 보좌로 부임하여 청년 사목에 힘쓴 김치호 신부는 음악과 문예 분야에 조예가 깊었다. 또한 독일어 실력이 뛰어나 한국 선교지로 막 도착한 젊은 독일인 선교사들의 한국어 강론 준비(번역과 윤문)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45년에는 덕원 본당 주임으로 임명되었으나 폐병을 심하게 앓아 사목 활동에 지장이 많았다.

김치호 신부는 공산당 정권이 집권한 후, 혼란한 정국 속에서 1949년 5월 11일, 덕원 수도원에 있던 모든 독일인 수도자들 그리고 한국인 신부들과 함께 체포되어 평양 인민교화소로 압송되었다. 그리고 1950년 10월 5일 북한 인민군들이 북쪽으로 후퇴할 때, 각목으로 구타를 당해 순교하였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