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시복 시성 > 시복 청원 이후 전망과 시복 재판 절차- 평화신문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하 왜관 수도원)이 '하느님의 종 신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6위에 대한 시복시성을 공식 청원함에 따라 20세기 한국교회 순교자들에 대한 교구별 시복시성 청원이 잇따를 전망이다.

　왜관 수도원은 지난 1996년 9월 교황청 2000년 대희년중앙위원회 새순교자위원회의 「순교자에 관한 성찰과 지침」과 1997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가을 정총 결정에 따라 그 해 20세기 순교자들의 「순교록」 작성을 위한 조사작업을 착수했다. 그 결과 1999년 12월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 37명(덕원 수도원 소속 28명, 연길 수도원 소속 4명, 보이론 수도원 소속 1명, 원산 수녀원 소속 4명)을 「한국교회 20세기 순교록」에 등재시켰다.

　왜관 수도원은 아울러 모원인 성 베네딕도회 독일 상트 오틸리엔 대수도원과 오틸리아 연합회와 함께 이들 순교자들의 시복시성 추진 운동을 준비했다. 특히 올해 2월 성 오틸리아 연합회 평의회는 성 베네딕도회의 한국 진출 100주년(2009년)을 앞두고 한국에서 순교한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왜관 수도원에 적극 권고했다.

　이에 왜관 수도원은 올해 2월말 장로회의를 통해 시복시성 추진을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참사회의에서 장로회의 결의 내용을 전 회원들에게 공포했다. 아울러 시복시성 업무 책임자로 이성근(사바) 신부와 고진석(이사악) 수사를 임명하고, 지난 8일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 36위를 선정, 10일 시복시성 추진 교령 반포와 함께 청원인을 임명하고 시복 작업에 돌입했다.
　
　△대상자 선정

　왜관 수도원이 선정한 시복 대상자 '하느님의 종 신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6위는 1949년부터 1952년까지 순교했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성 베네딕도회 소속 남녀 수도자들과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소속 사제들이다. 소속별로는 덕원 수도원이 26명, 연길 수도원 1명, 보이론 수도원 1명, 원산 수녀원 수녀 및 헌신자 4명,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사제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인물로는 초대 원산교구장이며 덕원 수도원장이었던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와 덕원 수도원 출신 첫 한국인 사제인 김치호 베네딕도 신부, 그리고 고 구상 시인의 형인 구대준 가브리엘 신부와 부산교구 김동언 베드로 신부의 형인 김동철 마르코 신부 등이 있다.

　신분상으로는 주교 아빠스가 1명, 수도 사제 14명, 수사 13명, 수녀 3명, 헌신자 1명, 교구 사제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순교지로는 평양 인민교화소 13명, 자강도 옥사독 수용소 13명, 자강도 만포 인민교화소 1명, 자강도 관문리 수용소 3명, 함흥 인민교화소 1명, 원산 1명, 청진 1명, 순안 1명, 비현 1명 등이다.

　왜관 수도원은 「한국교회 20세기 순교록」에 오른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 37명과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사제 4명, 연길교구 사제 2명, 그밖의 희생자 2명(성 베네딕도회 수도자 1명,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사제 1명) 등 총 45명 가운데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죽임을 당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으며, 덕행의 실천이 탁월했고 또한 이 두사실에 대한 목격자나 증거을 찾을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해 시복대상자를 엄선했다.

　시복 대상자 선정 과정에는 왜관 수도원 이형우 아빠스와 참사위원들, 성 오틸리아 연합회 총재인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 성 오틸리아 연합회 역사 고문인 요한네스 마르 박사 등이 참여했다.
　
　△시복 재판 절차

　왜관 수도원장 이형우 아빠스는 시성 절차법 「주교들이 행할 예비심사에서 지킬 규칙」에 따라 2007년 5월10일 반포된 교령으로 '하느님의 종 신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6위에 대한 시복 '청구인'이 된다.

　문제는 시성 절차법에 따라 시성안건을 예비하는 관할 주교, 즉 시복 '청원인'은 하느님의 종이 사망한 지역의 주교(「주교들이 행할 예비심사에서 지킬 규칙」 제5조 참조)라는 점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왜관 수도원이 선정한 36명의 시복 대상자 중 33명은 평양교구 관할에서 순교했기에 시복 관할 주교는 평양교구장 서리인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다. 또 2명은 함흥교구장 서리인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가, 나머지 1명은 덕원 자치수도원구장 서리인 왜관수도원 이형우 아빠스가 시복 청원인이 돼야 한다.

　시성 절차법상 하느님의 종 36위 청구인인 동시에 청원인이기도 한 이형우 아빠스는 현재 구두상으로 동의는 얻었으나 평양과 함흥교구 관할 주교들의 문서상 동의와 '장애없음'을 얻은 후 원할한 법률적 처리를 위해 시성성에 이 사안들을 '단일 소송'으로 다룰 수 있도록 승인을 청할 예정이다.

　아울러 덕원 자치수도원구는 교구청이 없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시복 법정을 구성하고 예비심사를 진행시킬 능력이 없으므로 다른 교구에서 예비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성성에 '예비심사 관할권 이전'을 청할 예정이다. 이번 '하느님의 종 신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6위에 대한 시복 예비심사는 광주대교구에서 열릴 전망이다.

　이러한 법적 조치가 이뤄지는 동안 청원인과 부청원인은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들의 순교 사실 확인 및 성덕을 입증할 자료들을 수집, 청원서 제출을 준비한다. 아울러 시성성에서 답서가 오고 청원인이 청원서를 제출하면 예비심사 관할권을 이전받은 광주대교구장은 교령을 반포하고 시복 예비심사를 위한 법정을 개정한다.

　이형우 아빠스는 교령 발표 후 강론을 통해 "선배들의 용감한 증거는 우리의 자랑"이라며 "자랑스러운 선배들에 걸맞게 행동하고 처신하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 연합회 총재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는 "우리 시대의 성인들을 생각하면 성덕이라는 것은 아주 옛날에 아득한 것이 아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가까운 것이다"며 "성 베네딕도회의 한 가족으로 순교자들이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teotokos@pbc.co.kr

[순교지별 순교자 명단]

▲ 만포 인민교화소(1명) - 나국재 까누토 신부

▲관문리 수용소(3명) - 김 그레고리오 신부, 솔라누스 헤르만ㆍ허희락 힐라리오 수사

▲옥사독(13명) -파스칼 팡가우어ㆍ오 구니벨트ㆍ노병조 안셀모ㆍ안세명 아르눌프 신부, 민종덕 고델리부스ㆍ부 일 데폰스ㆍ베드로 게른네르트ㆍ하연근 바실리오ㆍ노안 락 에우세비오ㆍ정양리 마르코ㆍ오이근 에우제니오 수사, 마리아 프룩트오사 게르스트마이어ㆍ에와 슈츠 수녀

▲비현 (1명) - 김동철 마르코 신부

▲청진(1명) - 이재철 베드로 신부

▲함흥 인민교화소(1명) - 장 악네따 헌신자

▲ 원산 (1명) - 김봉식 마오로 신부

▲ 평양 인민교화소 (13명) -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 아빠스, 김치호 베네딕도ㆍ최병권 마티아 ㆍ엄광호 다고베르트ㆍ김종수 베르나르도ㆍ김이식 마르띠노ㆍ길세동 루페르트ㆍ구대준 가브리엘ㆍ홍태화 루치오ㆍ전오범 그레고리오 신부, 배 루도비코ㆍ기 그레고리오ㆍ함요섭 요셉 수사

▲순안(2명) - 이춘근 라우렌시오 신부, 박빈숙 루치아 수녀